중고 물품 환불 거절, 소비자 보호법의 사각지대는?

중고거래 환불 거절, 왜 자주 분쟁이 발생할까?

최근 몇 년 사이, 중고거래는 모바일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 헬로마켓 등 다양한 앱이 생겨나면서, 개인 간의 물품 거래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하지만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편리함을 주는 이 구조 속에는, 법적 책임과 환불 문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빈번한 분쟁이 발생한다.

중고 물품은 원래 ‘사용한 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어느 정도 하자를 감수하고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막상 물건을 받고 보니 생각보다 심한 하자, 허위 정보, 오배송 등 문제가 있을 경우, “환불해달라”는 요구가 발생하고, 이에 대해 판매자는 “중고라서 안 된다”, “거래는 끝났다”라고 거절하는 일이 흔하다.
이때, 소비자가 “이거 신고할 거예요!”, “소비자 보호법 위반 아니에요?”라고 항의하더라도,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곤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중고 물품 환불 거절, 소비자 보호법의 사각지대는?

 

소비자기본법은 모든 거래에 적용되지 않는다

많은 소비자들이 중고 거래 후 분쟁이 생기면 ‘소비자 보호법’을 언급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소비자기본법이나 전자상거래법 등은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거래(B2C)’를 전제로 만든 법률이다.
즉, 판매자가 개인이라면 이 법률들은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에서 일반 개인이 판매하는 물품은 법적으로 ‘사적 매매(P2P)'로 분류된다.
이 경우에는 민법의 ‘매매계약’ 규정이 적용되며, 소비자 보호법에 따른 환불 규정이나 7일 이내 청약철회권 등은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단순 변심’으로 인한 환불은 사업자에게는 가능하지만, 개인 간 거래에서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예외적으로 판매자가 반복적으로 판매 활동을 하거나, 사업자처럼 거래하는 경우,
해당 플랫폼이 이를 ‘통신판매업자’로 간주할 수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기준 “일정 횟수 이상 판매하면 통신판매업자로 등록 의무가 있다”는 지침을 공표했고,
대법원 2010다103636 판결에서도 “거래 횟수, 거래 방식, 금액 등을 종합하여 실질적으로 상인이면 소비자보호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중고 물품 하자 발생 시 환불 가능성은?

민법상 매매계약에서는 ‘하자 담보책임’이라는 조항이 존재한다.
민법 제580조는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경우, 매수인은 하자 발견 시 상당한 기간 내에 계약 해제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사업자와의 거래뿐만 아니라, 개인 간 거래에도 적용될 수 있는 조항이다.

다만 실무적으로 하자에 대한 입증 책임은 구매자에게 있다.
즉, “받아보니 고장이 있었다”는 주장을 하려면, 그 고장이 거래 이전부터 존재했으며, 판매자가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구매자가 증명해야 한다.
만약 판매자가 고의로 하자를 숨겼거나, 명백하게 다른 제품을 보낸 경우에는 사기죄까지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소202395 판결에서는 노트북을 중고로 거래한 후, 구매자가 받은 제품이 “광고와 명백히 다른 사양”이었음을 입증했고, 법원은 판매자에게 전액 환불과 배송비를 포함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반대로 “화면에 미세한 기스가 있었다”, “생각보다 상태가 나빴다”와 같은 사유는, 중고 물품 특성상 환불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다.

 

거래 플랫폼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중고거래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활발히 이뤄지면서, 분쟁 발생 시 많은 소비자들이 플랫폼에 항의하거나 신고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당근마켓이 해결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중고나라가 중개했으니까 책임이 있지 않나요?”라는 식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살펴보면, 대부분의 중고거래 플랫폼은 사용자 간 직거래를 중개할 뿐, 법적 책임을 지는 당사자가 아니다.

대부분의 플랫폼(예: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은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된다.
이는 거래 장소와 연결 수단을 제공할 뿐, 실제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법적 지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들은 이용약관에 다음과 같은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회사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거래에 개입하지 않으며,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과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자는 “거래에 개입하거나 사실상 통제하지 않는 이상 법적 책임이 없다”고 규정돼 있다.

 

즉, 소비자 보호법의 구조 자체가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계약(B2C)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P2P 방식으로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은 법적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최근 일부 플랫폼은 ‘에스크로 방식의 안심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번개장터의 번개페이, 헬로마켓의 안심결제 등은 거래가 성사되면 결제대금을 플랫폼이 일시 보관하고,
구매자가 수령 후 승인해야 판매자에게 대금이 전달된다.

 

이러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플랫폼은 ‘중개형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일정한 소비자 보호 의무를 진다.

실제로 전자상거래법 제20조의2

 

“플랫폼이 결제 처리, 환불 정책, 배송 책임 등의 거래 요소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경우, 사업자로서의 책임을 일부 부담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2021년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2021가소513927)에서는, 한 플랫폼이 거래 방식과 환불 조건을 자체적으로 설정하고 사용자 결제도 대행했기 때문에,

 

문제 발생 시 플랫폼이 일정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단순 게시판만 제공하는 구조와는 달리, 거래 흐름에 개입하는 플랫폼은 예외적으로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 거래 전, 해당 플랫폼이 ‘안심결제’ 기능을 제공하는지 확인하고 가능한 경우 에스크로 결제를 이용한다.
  • 플랫폼을 통한 거래임에도 판매자의 신원이 불명확하거나 반품·환불 기준이 모호할 경우, 거래를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플랫폼 고객센터에 기록이 남도록 문의하고 캡처본 저장 → 이후 민사 대응 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 반복 판매자를 만난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통신판매업 미신고 신고센터(www.econsumer.go.kr)를 통해 불법 영업 신고도 가능하다.

 

중고거래 시 소비자가 지켜야 할 실전 수칙

중고 물품 구매자는 법적으로 완벽히 보호받기 어렵기 때문에, 사전 예방과 거래 시 주의가 최선의 방어 전략이다.
다음은 실전에서 적용 가능한 중고거래 수칙이다:

  1. 제품 상태를 가능한 한 직접 확인하고, 직거래를 우선시한다.
    택배 거래를 하더라도, 제품의 상세 사진과 설명을 충분히 요청하고 저장해 둔다.
  2. 판매자에게 제품 고장 여부, 하자 유무, 모델명, 최초 구입일 등을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답변은 문자나 카카오톡 등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받아둔다.
  3. 거래 전후로 발생하는 문제를 대비해 대화 내용, 송금 내역, 택배 송장, 수령 후 제품 사진 등을 일관되게 저장한다.
  4. 제품 수령 후 즉시 상태를 점검하고, 하자가 있다면 사진과 함께 24시간 이내에 판매자에게 알린다.
    대응이 없거나 거절당할 경우, 내용증명 발송과 함께 민사소송 또는 지급명령 신청도 고려할 수 있다.
  5. 반복적 판매를 하는 판매자에게 물건을 구입한 경우,
    해당 사용자의 닉네임이나 사업자등록 여부를 확인해 실질적인 ‘상인’ 여부를 판단해두는 것이 좋다.
    필요한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통신판매업 미등록 사업자 신고도 가능하다.

주요 법령 및 판례 출처

  • 민법 제580조 (매매 목적물 하자담보책임)
  • 소비자기본법, 전자상거래법 (단, B2C 거래에만 적용)
  • 대법원 2010다103636 – 실질적 상인 판단 기준 제시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가소 202395 – 사양 다른 중고제품 환불 책임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