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이 살았는데 왜 돈을 내라 하죠?” 퇴거 시 반복되는 분쟁
자취방을 비울 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은
“이거 원상복구 해야 하니까 돈 내셔야 해요”라는 집주인의 요구다.
실제로 퇴거 시기마다 원상복구 범위를 둘러싼 갈등은 빈번하게 발생하며,
세입자는 자신이 얼마나 책임져야 하는지 몰라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예를 들어 벽지의 색 바램, 못자국, 변색된 전등, 가벼운 기스 등은
세입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시간의 흔적’이라 여길 수 있으나,
임대인은 ‘훼손’으로 판단해 수십만 원의 복구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세입자는 어디까지 책임지고,
어디까지는 당당히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원상복구의 법적 개념과 세입자의 책임 기준
민법 제654조에 따르면, 임차인은 계약이 종료되면 임차한 물건을 반환해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개념은 “원상복구”이며, 이는 법적으로 계약 당시 상태로의 복구를 의미하지 않는다.
즉, ‘새 집처럼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용 중 발생한 자연 마모는 책임에서 제외된다.
민법 제580조(임차물의 하자):
“임대인은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벽지의 자연 탈색, 가구 자리 자국, 햇빛에 의한 창틀 변색 등은
일반적인 사용에 따른 ‘통상손해’로 간주되어 임차인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반면, 세입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훼손한 경우,
예를 들어 벽에 못을 깊게 박아 TV를 걸고 철거하면서 큰 구멍이 생겼다든지,
담배 연기로 벽지가 심하게 변색되었거나, 고양이로 인해 장판이 찢어졌다면
이는 과실 또는 고의에 의한 손상으로 보아 복구 책임이 인정된다.
실제 사례로 구분해보면
- 세입자 책임 아님
- 벽지의 자연 탈색
- 냉장고 밑 자국
- 샤워기 호스의 노후로 인한 파손
- 햇빛에 의한 커튼 변색
- 세입자 책임 있음
- 벽에 못 구멍을 여러 개 뚫어 생긴 균열
- 장판 긁힘, 파손
- 반려동물에 의한 벽지 훼손
- 고의로 제거한 조명, 커튼, 부속품
퇴거 시 흔히 발생하는 원상복구 분쟁 사례
실제 현장에서는 사소한 손상 하나로도 수십만 원의 원상복구 비용이 청구되며,
보증금에서 차감되거나 별도의 청구가 들어오는 사례도 많다.
사례 ① – 벽걸이 선반 설치 후 제거
대학생 A씨는 월세 자취방에서 벽걸이 선반을 설치했으며,
퇴거 시 제거했으나 못자국이 8개 정도 남았다.
집주인은 “전체 벽지 교체가 필요하다”며 25만 원을 요구했다.
→ 법원은 ‘통상적인 못자국 수준’이라 판단하고 세입자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례 ② – 화장실 거울 파손
세입자 B씨가 화장실 거울을 닦던 중 실수로 거울을 깨뜨렸다.
임대인은 전체 욕실 거울 교체 비용 18만 원을 청구했고,
세입자는 “실수였다”고 항변했으나,
→ 법원은 ‘세입자의 관리 소홀에 해당한다’며 배상 의무를 일부 인정하였다.
사례 ③ – 반려동물 배설물로 인한 장판 훼손
1인 가구 C씨는 고양이를 키우며 방 안에 화장실을 뒀고,
고양이의 실수로 장판이 오염되고 곰팡이가 생겼다.
→ 법원은 ‘임대차 목적물에 손상이 있었으며, 이는 일반 사용 범위를 넘는 손해’라며 복구 비용 인정.
세입자 입장에서 억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① 입주 전 사진 및 체크리스트를 남기고,
② 퇴거 전 사진을 별도로 촬영하며,
③ 청소 및 가벼운 수리를 마친 후 퇴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대인의 과도한 요구,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자취방을 비울 때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가 바로
보증금에서 무단으로 원상복구 비용을 공제하는 경우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법적으로는 부당이득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민법 제741조(부당이득)에서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반환할 책임이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임대인이 고의적으로 세입자에게 책임 없는 손해를 청구하고,
그 금액을 보증금에서 제하고 반환하지 않았다면,
세입자는 해당 금액을 돌려받을 법적 권리가 있다.
실제 사례 ① – 벽지 전체 교체비 공제
퇴거 당시 벽지에 눈에 띄는 훼손은 없었음에도,
“연식이 오래돼서 새로 바꿔야 하니 전체 교체 비용을 공제하겠다”는 명목으로
보증금 50만 원에서 30만 원이 공제된 사례.
→ 법원은 “정상적 사용에 따른 변색이며, 임대차 계약에서 통상 예상되는 손상”이라며
세입자의 책임을 부정하고 전액 반환을 명령함.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단528489)
실제 사례 ② – 임의 수리 후 청구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사전 통보 없이 화장실 전체를 리모델링한 뒤,
퇴거 당시 세입자에게 “거울을 파손했으니 70만 원 부담”을 요구한 사례.
→ 법원은 “세입자의 과실 범위는 국소적 손상에 불과하며, 전체 교체는 임대인의 선택”이라 보고
실제 거울 가격에 해당하는 8만 원만 배상하도록 결정함.
(대전지방법원 2021가소10483)
그렇다면 세입자는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① 내용증명 발송
퇴거 후 과도한 청구를 받았다면, 먼저 내용증명으로
“원상복구의 범위가 민법상 통상손해를 초과하며, 과도한 공제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통보하는 것이 좋다.
이 과정은 후속 소송에서도 ‘문제 제기 의사를 밝힌 공식 기록’으로 활용될 수 있다.
② 소액심판청구 제기
부당하게 공제된 보증금 또는 과도한 청구 금액이 3,000만 원 이하일 경우,
간단한 양식 작성과 증빙자료만으로 ‘소액심판청구’를 제기할 수 있다.
- 가까운 지방법원 민원실 또는 대한법률구조공단 홈페이지에서 가능
- 수수료도 적고, 기일도 1~2회 내에 빠르게 종료되는 편
- 별도 변호사 없이도 진행 가능
③ 공정거래위원회 및 지자체 소비자 보호센터 신고
보증금 공제 관련 계약서에 **부당한 특약(예: 전체 교체 무조건 부담 등)**이 포함돼 있다면,
이는 표준임대차계약서 기준에 위배되므로,
공정거래위에 신고하거나, 시·군·구의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임대인의 모든 요구가 불법은 아니지만,
정상 사용으로 인한 마모, 계약 외 손해청구, 사전 고지 없는 수리비 전가는
명백히 세입자가 거부할 수 있는 사안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 입주 및 퇴거 시 상태를 사진으로 남기고,
- 계약서를 미리 검토하여 특약 유무를 파악하며,
- 과도한 공제가 발생하면 즉시 내용증명 및 소액심판 등 공식 절차를 밟는 것이다.
퇴거 전 세입자가 꼭 챙겨야 할 체크리스트
원상복구를 둘러싼 분쟁을 예방하려면,
다음의 실전 수칙을 참고해 퇴거 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1. 입주 직후 상태 사진 촬영 (벽지, 장판, 싱크대, 조명, 콘센트 등)
2. 퇴거 시점에 동일한 위치에서 사진 재촬영
3. 반려동물이나 가구로 인한 훼손 여부 점검 및 수리
4. 임대인과 퇴실 점검 전에 자가 청소 및 정리
5. 퇴거 확인서 작성 시 ‘원상복구 없음’ 문구 기재 요청
6. 보증금 반환 시 영수증 및 입금 내역 확인
또한, 입주 당시 계약서에 “특약”으로 원상복구 범위가 명시되었는지 확인하고,
“벽지 전체 교체 비용 부담” 등 부당한 특약이 있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계약서 기준 위반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법령 및 판례 요약
적용 법령 | 민법 제654조: 임차물 반환 의무 민법 제580조: 임대인의 손해배상 책임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 반환 청구 |
주요 판례 | 서울중앙지법 2020가단528489 – 벽지 변색, 보증금 공제 부당 → 전액 반환 서울남부지법 2018가단55421 – 고의 훼손 없는 못자국은 책임 없음 수원지법 2021가단82347 – 반려동물로 인한 장판 훼손 → 세입자 책임 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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