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끼리 뭘 그런 걸 써?”가 부른 뒤늦은 분쟁
부모 자식 간, 형제 자매 간, 혹은 부부 사이의 금전거래는
한국 사회에서 흔히 “그냥 도와준 거지”, “가족 간에 무슨 차용증이야”라는 식으로
명확한 증거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가족 간 금전거래는 법적으로도 분쟁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래와 같은 상황에서 문제가 터진다:
-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자녀는 “증여받은 거다”라고 주장
- 형제 간 빌린 돈을 돌려주지 않고 “증여 받은 거라 생각했다”는 입장 차이
- 배우자 간 거래가 이혼 후 재산 분할 또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로 번질 때
결국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정말 빌려준 건가요, 그냥 준 건가요?”
“차용증이나 계좌 기록은 남겨두셨나요?”
가족이라는 이유로 ‘문서 하나 없이’ 진행된 금전거래는
나중에 법정에서 정말 난처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정말 빌려준 건가요, 그냥 준 건가요?”
“차용증이나 계좌 기록은 남겨두셨나요?”
가족 간 거래라도 ‘차용’인지 ‘증여’인지 구분해야
법적으로는, 돈을 주고받았을 때
그 돈이 ‘빌려준 것인지(채권)’ 아니면 ‘준 것인지(증여)’인지에 따라
거래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차용 (민법 제598조: 소비대차)
- 금전거래가 채권-채무 관계로 인정되면,
빌려준 사람은 돌려받을 권리가 있고,
빌린 사람은 반환 의무가 있다. -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10년이며(민법 제162조),
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면 청구 가능.
증여 (민법 제555조: 증여계약)
- 반대로 돈을 ‘돌려받을 생각 없이’ 준 거라면
이는 증여로 간주되고, 되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 - 심지어 일정 금액 이상이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가족 간 거래에서는 이 구분이 애매하다는 점이다.
“말로만 빌려줬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거래 당시의 정황, 문서, 계좌이체 내역, 대화 내용 등이 법적 판단의 핵심이 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에게 5천만 원을 이체해줬을 때,
- 차용증도 없고
- 정기적 이자 지급도 없고
- 반환 기한도 정하지 않았다면
→ 법원은 이걸 ‘증여’로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까?
법원이 가족 간 금전거래를 판단할 때는, 일반적인 채권·채무 관계보다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왜냐하면 가족 관계에서는 ‘정서적 유대감’이 강하기 때문에
돈을 빌렸다고 주장해도 실제로는 “준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더 크게 보기 때문이다.
특히 형제나 부모 자식 간 거래는 말 한마디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엄마가 그냥 주셨어요”, “그냥 힘들다니까 도와줬어요”라는 식의 대화는
거래 당시에는 아무 문제 없지만,
시간이 지나 갈등이 생기거나, 상속 분쟁, 이혼, 사업 실패 등이 겹치면
갑자기 "그건 빌려준 거니까 돌려줘!"라는 요구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까?
대표적인 판단 요소는 다음과 같다:
- 차용증 등 서면 계약의 존재
- 정기적인 이자 지급이나 원금 상환 시도 유무
- 대화 내용에 '빌려줬다', '언제까지 갚아' 같은 표현이 있는지
- 돈의 규모 (생활비 수준인지, 목돈인지)
- 거래 이후 당사자 간 관계 변화 유무
대표 판례: 대법원 2003다64684
형제 간 2,000만 원 거래에 대해
- 차용증 없음
- 정기적인 상환 요구 없음
→ 법원은 “자연스러운 증여로 볼 수 있다”며 반환청구 기각
대표 판례: 서울중앙지법 2017가단52782
아버지가 아들에게 1억 원을 송금하고 나중에 반환 요구했으나
- 이자도, 계약서도, 상환 계획도 없음
- 단지 문자로 “이 돈 잘 써” 정도의 표현만 존재
→ 법원은 ‘증여’로 판단
이처럼 법원은 채권자가 ‘돌려받을 생각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지를 본다.
가족 간에는 신뢰가 있었을 것이므로, 오히려 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게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다.
“당연히 돌려줄 줄 알았는데…”라는 말은 법정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계좌이체만으로는 부족하고, 이 돈이 대여였다는 정황이 객관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세무서도 들여다보는 가족 간 자금 흐름
가족 간 금전거래는 단순히 민사 분쟁만의 문제가 아니다.
‘증여세’라는 세무 리스크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숨은 지뢰’ 같은 영역이다.
국세청은 일정 금액 이상이 가족 사이에서 이동할 경우,
이를 ‘증여로 간주’하여 증여세를 추징할 수 있다.
특히 아파트 계약금, 자녀 창업 자금, 차량 구입비처럼
목적이 명확하고, 금액이 크며, 상환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세무조사 대상이 되기 매우 쉽다.
기준 금액은?
- 부모 → 자녀: 10년간 5천만 원 초과 시 증여세 신고 대상
- 부부 사이: 10년간 6억 원 초과 시 신고 대상
- 조부모 → 손자녀: 10년간 3천만 원 초과
이 기준을 초과했는데도
- 차용증 없음
- 이자 정산 없음
- 상환 내역 없음
→ 이럴 경우 국세청은 ‘사실상 증여’로 판단한다.
대표 사례:
자녀 명의로 분양 아파트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 3,000만 원을 부모가 송금한 경우.
→ 차용증, 이자 송금 내역 없음 → 국세청은 증여로 간주, 300만 원 증여세 부과
더 심한 경우엔,
자녀 창업 자금 명목으로 1억을 송금했지만,
상환 일정이나 문서 없이 입금만 한 경우
→ 증여세 1,000만 원 이상 + 가산세까지 부과된 사례도 있다.
그럼 증여세를 피하려면?
다음과 같은 최소 조건이 필요하다:
- 차용증 (금액, 날짜, 상환기한, 이자율 포함)
- 실제 이자 입금 내역 (국세청은 연 2% 이상 이자 지급 여부 확인함)
- 상환 일정표 및 송금 내역
- 필요시 공증까지 진행
즉, 가족끼리 거래라도 ‘세무상 외형이 대여 형태를 갖추고 있어야’
국세청의 증여 추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한 번의 세무조사로 증여세 수백만 원 + 가산세 + 심하면 과태료까지 나올 수 있으므로,
“내 가족이니까 괜찮겠지”는 절대 금물이다.
법령 및 판례 요약
적용 법령 | - 민법 제598조: 소비대차 - 민법 제555조: 증여계약 - 민법 제162조: 소멸시효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2조 |
주요 판례 | - 대법원 2003다64684: 차용증 없는 형제 간 거래 → 증여로 간주 - 서울중앙지법 2017가단52782: 송금·문자만 있는 부자 간 거래 → 반환 청구 기각 - 서울행정법원 2020구단53065: 부모 자금이 자녀 명의 아파트 계약금 → 증여세 추징 정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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