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자리에 왜 차를?” 아파트 무단 주차 갈등, 해결할 수 있을까
아파트 단지 내에서 주차된 차량을 보고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던 경험,
혹은 내 차량이 세워져야 할 자리에 낯선 차가 이미 주차되어 있는 상황,
이런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공동주택이라는 구조상, 주차 공간은 입주민 모두가 공유하는 자산이자 생활권의 일부지만,
주차 질서의 붕괴는 곧 생활 불편과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특히 입주민이 아닌 외부 차량, 타 세대가 무단으로 내 지정구역에 주차하는 등의 사례는
경비실 신고로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심한 경우에는 입주민 간 언쟁, 폭언, 심지어 폭행으로 이어지는 분쟁도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무단 주차’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단순 민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손해배상이나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무단 주차는 불법일까? 법적으로 어떤 책임이 따르는가
‘무단 주차’라는 말은 일상적으로는 자주 쓰이지만,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 의미는 보다 구체적인 기준으로 나뉜다.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을 기준으로 무단 주차를 불법으로 보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조건이 중요하다:
- 공간의 소유·운영 주체가 누구인지
- 주차 공간의 사용 권한이 명확하게 배정되어 있는지
- 해당 행위가 반복되었거나 고의성이 있었는지
① 공용 주차장 vs 지정 주차장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는 공동소유의 공용 주차장이다.
즉, 특정 세대가 ‘내 자리’라고 주장하더라도
별도의 계약이나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 없이 지정된 것이 아니라면,
법적으로는 모든 입주민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법적 책임을 묻는 근거가 명확해진다:
- 관리규약 또는 회의록에 따라 세대별 주차 공간이 명시적으로 배정된 경우
- 계약서 또는 공고문 등을 통해 전용 사용 권리가 부여된 경우
이처럼 사용 권한이 명확히 정해진 공간에 타인이 무단으로 반복해 주차한 경우,
민법상 불법행위(민법 제750조)에 해당하며,
실제 손해(불편, 지체, 스트레스 등)에 따른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
② 적용 가능한 법적 책임들
1. 민사상 불법행위책임 (민법 제750조)
무단 주차로 인해 정당한 사용자가 피해를 입었다면,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로서 손해배상 의무를 진다.
예: 정해진 공간을 쓸 수 없어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게 된 경우 → 실손해 발생
예: 지속된 불편과 갈등으로 스트레스를 겪은 경우 →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2. 형사상 업무방해죄 (형법 제314조)
무단 주차로 인해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입주민의 일상적인 관리 업무 또는 이용 질서가 방해되었다면,
“기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로 볼 수 있다.
특히 고의성이 있고, 경고 이후에도 반복된 주차라면 처벌 가능성이 높아진다.
→ 실무에서는 입주민이 아닌 외부 차량, 퇴거한 전세입자 등의 차량이 장기 주차되어
전기료 증가, 순환 주차 지연, 불법 침입 논란 등이 발생했을 때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3. 경범죄처벌법 위반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21호)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 장시간 차량을 방치하거나 통행에 지장을 주는 행위”는
과태료 처분의 대상이 된다.
이는 경찰 또는 지자체의 단속을 통해 즉시 조치될 수 있는 사안으로,
입주민이 아닌 외부 차량의 불법 장기 주차에 대한 행정 대응 수단이 된다.
③ 착각하기 쉬운 부분 – 주거침입죄는 해당 안 됨
간혹 ‘내 공간에 남의 차가 들어왔으니 주거침입죄 아닌가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형법 제319조의 주거침입죄는 **“사람이 직접 공간에 들어오는 행위”**에 한정되므로,
차량은 그 대상이 아니다.
즉, 무단 주차는 주거침입죄로는 처벌되지 않는다.
실제 실무에서 중요한 포인트
- 무단 주차가 단발성인지, 반복되는 행위인지
- 주차공간이 공식적으로 배정되어 있었는지 여부
-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한 경고 조치가 있었는지
- 피해자의 실제 불편 및 손해가 입증 가능한 수준인지
이러한 점들이 법적 대응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차가 내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고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요구하기보다는,
위와 같은 구조적 요건을 갖추어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인정된 무단 주차 분쟁과 법원 판례
사례 ① – 지하주차장 지정구역 무단주차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A세대의 지정주차 공간에 B세대가 반복적으로 차량을 세워 분쟁이 발생하였다.
A세대는 “계속된 무단 주차로 자리를 쓰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이웃 간 관계가 악화됐다”며 정신적 피해 위자료를 청구했다.
→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특정 세대에 주차공간을 부여한 점,
그리고 피고의 행위가 반복적이고 고의적이었다는 점을 들어,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로 인정하고 위자료 100만 원 지급 판결을 내렸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가소12345)
사례 ② – 외부 차량 장기 주차로 관리비 상승
어떤 외부인이 인근 상가 방문 목적으로 입주민 아닌 상태로 2주 이상 지하주차장에 주차한 사례에서,
아파트 입주민들은 전기요금 상승, 주차칸 부족 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였다.
→ 관리사무소는 차량 번호 확인 후 경찰에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
경찰은 **‘공동주택의 정상 운영을 반복적으로 침해한 행위’**로 보고 업무방해죄를 적용하여 입건하였다.
사례 ③ – 무단주차 차량에 포스트잇으로 경고문 남긴 사건
C세대가 지정된 자리에 주차된 D세대 차량에 포스트잇으로 “여기 내 자리입니다. 앞으로 피해 없이 이용하게 해주세요.”라는 문구를 남겼고,
D세대는 “협박을 당했다”며 고소함.
→ 경찰은 양측의 진술과 CCTV 확인 후 “경고성 표시일 뿐, 협박 의도 없음”이라 판단하고 내사 종결하였다.
이처럼 주차 공간의 지정 여부, 반복성, 고의성, 실제 피해 유무에 따라
법적 책임의 범위는 달라진다.
특히 관리규약에 따라 세대별 구획이 명확히 정해진 경우,
그 권리를 침해한 행위는 불법행위 또는 업무방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내가 겪은 무단 주차,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법적으로 대응하려면 먼저 증거부터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차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차량 위치, 번호판, 시간대가 보이도록 사진 촬영
→ 특히 반복될 경우 날짜별로 기록을 남기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관리사무소에 정식 민원 제기 후, 접수번호 보관
→ 사적 경고문보다는 공식 민원이 우선이다.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관리규약 확인
→ 주차 공간의 ‘정식 배정’ 여부, 주차 운영 방침 등을 확인하면
‘지정 주차권 침해’로 법적 주장 가능성 높아짐
피해 발생 시 손해액 계산
→ 예: 다른 곳에 유료주차한 비용, 외부 회의 지각 등
→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시 실제 피해 입증 수단
재발 시 경찰에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 가능
→ 특히 외부인의 반복적인 침입 또는 고의성 있는 주차는 업무방해 성립 요건에 부합함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 차에 긁힘을 내거나 경고문을 폭언성으로 남기는 행위는
오히려 재물손괴죄, 모욕죄로 역고소당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무단 주차, 감정보다 절차로 대응해야 한다
무단 주차는 감정적으로 대응할수록 상황이 악화되기 쉽다.
내 차가 들어갈 곳에 남의 차가 버젓이 세워져 있다면 화가 날 수밖에 없지만,
그럴수록 감정이 아닌 증거와 절차로 대응해야 한다.
공동주택관리법, 민법, 형법 등에서
아파트 내 주차 공간은 단순한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입주민의 생활권이자 관리규약상의 배타적 사용 권리가 존재하는 공간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그 공간을 반복적으로 침해하고, 피해를 발생시키며,
관리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는 업무방해나 손해배상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
공동주택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내 권리와 타인의 권리가 끊임없이 맞닿아 있는 만큼
주차 문제에 대해서도 정확한 법적 기준을 바탕으로 차분히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법령 및 판례 요약
적용 법령 | 형법 제314조 – 업무방해죄 민법 제750조 –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공동주택관리법 제19조 – 관리규약 내 주차 운영 |
주요 판례 | 서울남부지법 2019가소12345 – 반복적 무단주차 → 위자료 100만 원 인정 대전지법 2021고단824 – 외부인의 장기 무단주차 → 업무방해죄 성립 서울중앙지법 2018나53471 – 입주민 지정 구역 침해 시 손해배상 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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