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대화 녹음, 내가 불법이라고요?

직장 내 대화 녹음, 내가 불법이라고요?

정당방위로 한 녹음, 오히려 가해자가 된다고?

“부장님이 ‘이딴 식으로 일할 거면 나가라’고 협박해서, 증거로 녹음했는데요… 저한테 징계가 들어왔어요.”
“회식 자리에서 이상한 말을 자꾸 해서 핸드폰으로 녹음했어요. 근데 그게 불법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직장에서 부당한 언행이나 성희롱, 인격모독을 겪었을 때,
그 상황을 기록하고 증거로 남기는 것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자기 보호 수단이다.
그런데 의외로 “몰래 녹음하면 도청죄다”, “형사처벌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많아
정당방위를 위한 행동이 오히려 불법이 되는 것 아닌지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정말로 직장 내에서 녹음하는 행위가 위법일 수 있을까?
‘몰래 녹음’이라는 행위가 언제 합법이고, 언제 불법인지를 정확히 짚어보자.

 

대화의 당사자라면 녹음해도 괜찮다? 

핵심은 간단하다.
녹음자가 그 대화에 직접 참여한 사람인지 아닌지
‘합법과 불법’을 가르는 분기점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는
▶ 타인 간의 대화를 도청하거나 녹음하는 행위를 금지하면서도,
▶ 단서 조항으로 “대화 당사자가 녹음한 경우는 예외”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내가 그 대화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면,
상대방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녹음해도
→ 도청이 아니라 ‘자기기록행위’로 보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상황 예시 5가지

 

1. 전화 통화 중 녹음한 경우

  • 내가 상대방과 전화 통화 중이었다면,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해도 합법
    → 단, 그 내용을 외부에 무단 유포하면 명예훼손 등의 문제 발생 가능

2. 면담 중 스마트폰으로 녹음한 경우

  • 인사부 또는 상사와 면담하면서 몰래 핸드폰으로 녹음했다면
    → 참여자 녹음으로 적법

3. 옆자리 동료들 대화를 몰래 녹음

  • 내가 대화에 끼지 않았고, 옆자리에서 혼자 듣고 녹음했다면
    불법 도청, 통비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

4. 회의실에 미리 녹음기를 설치해놓은 경우

  • 회의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녹음기만 설치하거나,
    자리 비운 뒤 몰래 대화를 녹음한 경우
    도청행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 회사 내에서 징계 사유이자 벌금형 사례 다수 존재

5. 자신이 말은 안 했지만 대화 자리에 있었던 경우

  • 직접 말은 하지 않고 조용히 있더라도,
    대화에 참석해 청취한 사람이라면 ‘참여자’로 인정됨
    → 즉, 존재만으로도 녹음 가능

결론적으로,
“그 대화에 내가 있었는가?”,
“내가 말은 안 해도 듣고 있었는가?”,
“내가 그 자리에 실제로 없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면
내 녹음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법원에서는 녹음을 어떻게 판단할까?

실제 판례는 대체로 참여자 녹음은 정당,
하지만 도청이나 왜곡 유포는 불법이라는 선을 명확히 긋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녹음 사건
직원이 상사의 욕설과 강압적인 발언을 녹음해
징계 철회 소송에 제출한 사건에서,
법원은 “자신이 대화 당사자인 경우 녹음은 적법하고,
그 내용은 괴롭힘의 직접 증거로 유효하다”고 판단.
(서울행정법원 2020구합89321)

 

도청죄 인정 사례
다른 부서장들이 회의 중 대화한 내용을
사무실 외부에서 녹음한 사례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자, 사생활 침해 소지도 있다”며 벌금형 선고.
(인천지법 2018고정10239)

 

증거 편집 유포로 불리하게 작용한 사례
직원이 욕설 장면만 편집해 공개했으나
전체 맥락상 상호 갈등이 있었고,
일방적으로 왜곡되었다는 이유로 증거 효력 인정되지 않음.

 

이처럼 녹음의 적법성은 대화 참여 여부,
활용의 정당성은 사용 방식과 공개 범위가 관건이다.

 

회사가 징계한다고 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직장 내 녹음이 아무리 법적으로 정당하더라도,
실제 근무 중 몰래 녹음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에서 징계나 불이익을 통보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사내 윤리에 위배되었다.”
“상사의 신뢰를 저버렸다.”
“팀 내 불화를 조장했다.”


→ 이런 사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거나 징계성 인사 조치를 하는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 직원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1. 사내 규정 위반만으로 정당한 징계가 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사내 인사규정에
“직무와 무관한 녹음 행위 금지” 또는
“허가 없는 대화 녹음은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사규는 헌법이나 상위 법령보다 우선할 수 없다.

▶ 대화 녹음이 자신의 권리 보호,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부당처우 입증 목적이라면
▶ 헌법상 자기방어권 및 표현의 자유의 범위 안에서
정당한 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

 

대법원 2011두3371 판결에서도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이나 부당한 대우에 대한 대응을 위해
녹음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2. 녹음 사용 방식이 징계 사유의 핵심이다

  • 단순히 녹음한 것 자체만으로는 징계가 어렵지만,
  • 그 녹음을 왜곡하거나, 무단 유포한 경우에는
    회사는 신뢰 훼손·질서 문란 등의 사유로 징계를 정당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 욕설 장면만 편집해 메신저에 퍼뜨림
  • 동료에게 “이 파일 갖고 있어”라며 유포
  • 상사의 가족 이야기, 사생활이 담긴 부분까지 고의로 유출

→ 이럴 경우 명예훼손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업무방해죄 등으로
형사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

 

3. 징계 사유 통보를 받으면 이렇게 대응하자

  • 인사위원회에 출석할 때는
    녹음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그 녹음이 실제로 회사나 타인에게 피해를 줬는지,
    자기 보호 목적의 정당행위였는지를 중심으로 소명
  • 필요하다면 노무사 또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징계 절차의 적법성과 비례성에 대해 따져볼 것
  • 근로자 권익보호 기관(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등)에
    부당징계 구제신청 또는 진정 제기 가능

결론적으로,
직장 내 녹음을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고 해도
단순히 “녹음했기 때문에”는 정당한 징계 사유가 되지 않는다.
녹음의 목적이 정당했고, 사용 방식이 신중했다면,
그것은 권리 보호를 위한 합법적인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몰래 녹음이 ‘합법적 방패’가 될 수도 있다

회사에서의 갈등은 보통 말로 남는다.
하지만 말은 기억이 다르고, 입증이 어렵다.
그래서 녹음은 때로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될 수 있다.

 

내가 직접 참여한 대화라면 녹음은 불법이 아니다.
단, 녹음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책임이 달라진다.
사적 대화를 녹음해 유포하거나 악의적으로 활용하면,


오히려 역고소나 명예훼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직장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증거를 남기고 싶다면 → 참여자 녹음을 통해 기록하고,
공개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사용하자.

 

그렇게만 한다면,
녹음은 위법이 아니라 정당한 자기방어이자 합법적인 권리 행사가 될 수 있다.

 

법령 및 판례 요약 

관련 법령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 도청금지 및 예외
형법 제307조 – 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 정보 목적 외 유출 금지
주요 판례 서울행정법원 2020구합89321 – 참여자 녹음 적법, 징계 무효
인천지법 2018고정10239 – 제3자 도청, 벌금형
서울중앙지법 2019가합40532 – 맥락 왜곡된 편집본, 증거 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