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중인데 헤어졌어요. 공동구매한 물건은 어떻게 나누나요?

동거 중인데 헤어졌어요. 공동구매한 물건은 어떻게 나누나요?

함께 산 물건, 헤어지면 누구의 것이 될까?

사실혼이나 동거를 하다가 관계가 끝났을 때 가장 먼저 생기는 갈등 중 하나가 바로 ‘물건 정리’다.
특히 냉장고, TV, 침대, 차량, 가전제품 등 함께 구매한 고가 물품이 있는 경우, “누가 소유권을 가지는지” 명확하지 않아 분쟁이 잦다.

결혼과 달리 혼인신고가 되지 않은 동거 관계는 법적으로 보호받는 범위가 다소 제한적이다.
하지만 공동생활 중 공동재산 형성에 기여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그에 대한 소유권 분할이나 반환청구가 가능하다.

이 글에서는 동거 관계 종료 후 공동 구매한 물건의 소유권 분쟁에 대해 법적으로 어떤 기준이 적용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해본다.

 

동거도 사실혼이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실혼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사회적으로 부부에 준하는 동거와 경제 공동체를 이루며 생활한 관계를 말한다.
법원은 단순한 동거가 아닌, 혼인 의사와 혼인생활의 실질이 존재할 경우 사실혼으로 인정하고, 그에 따라 재산분할 청구도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사실혼으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양 당사자가 부부로서 혼인의사를 가지고 공동생활을 했는지.
둘째, 주변 사람들에게 부부로 인식될 정도로의 외형을 갖추었는지.
셋째, 일정 기간 이상 동거하며 경제적 공동생활을 해왔는지 여부다.

 

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했다면, 혼인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도 민법상 부부재산 공유 원칙에 따라 분할 청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짧은 기간의 단순 동거나 오로지 감정적 관계만 있는 경우에는 사실혼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재산분할이 아닌 소유권 분쟁으로 따로 다뤄야 한다.

 

공동으로 산 물건, 누구 것이 되는 걸까?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누가 실제로 비용을 지불했는가’이다. 만약 두 사람이 비용을 50:50으로 분담해 공동으로 물건을 구매했다면 원칙적으로 공동소유로 본다. 하지만 실제 구매자가 한쪽이고, 상대방은 단지 함께 사용했을 뿐이라면, 실질적 소유권은 비용을 부담한 사람에게 귀속된다.

 

법원은 금전적 기여의 유무와 명확성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 단순히 “같이 썼다”, “우리가 연인이었으니 당연히 공동소유”라는 주장은 증거가 없을 경우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반대로 기여의 증거가 있으면, 혼인신고가 없는 동거 상태에서도 공동소유가 인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 소파, TV, 침대, 차량 등 고가 물품은 실제 구매 명의자, 구매 당시 사용된 카드나 계좌의 주인, 설치 장소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판단한다. 차량처럼 명의가 명확히 등록되는 물건은 법적으로 명의자를 기준으로 소유권을 추정하지만, 실질적으로 타인이 비용을 모두 부담한 경우라면 명의와 상관없이 소유권이 재판에서 뒤집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한쪽이 물건을 전액 결제했더라도 상대방이 그에 상응하는 가사노동, 생활비 부담 등의 간접 기여를 입증할 수 있다면 부분적인 소유권 인정이 가능하다. 실제로 일부 판례에서는 “물건 구입 당시 상대방이 전액 부담했더라도, 생활비 분담과 생활공간 제공 등 공동생활의 기여도를 고려해 소유권 일부를 인정한 사례”가 존재한다.

 

반면, 한쪽이 명확히 ‘선물’로 제공했다는 정황이 있는 경우는 다르다. 예를 들어 “생일 선물로 사줬다”, “기념일 선물로 주었다”는 메시지나 녹취가 존재할 경우, 그 물건은 선물로 간주되어 수증자(받은 사람)의 소유로 인정되며 반환청구가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법원이 소유권을 판단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금전적 기여의 입증력, 소유와 사용의 일치 여부, 당사자 간에 오간 구체적 합의의 유무다. 따라서 물건이 누구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구매 내역과 실제 사용, 생활환경 속에서의 위치까지 종합적으로 검토된다.

 

돌려받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동거가 끝난 뒤 자신의 기여분만큼 물건을 돌려받고 싶다면, 우선 자발적인 분배 협의를 시도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물건 반환을 거부하거나, 일방적으로 독점하고 있다면, 민사상 법적 절차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절차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물품반환청구소송이다. 말 그대로 “내가 산 물건이니까 돌려달라”는 취지로 제기하는 소송이며, 해당 물건이 본인의 소유임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구매 영수증, 계좌 이체 내역, 카드 명세서 등은 매우 강력한 증거가 된다. 이 소송에서는 특히 물건의 구체적 존재와 현 소지자에 대한 증명이 필수다.

둘째는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이다. 이 경우는 물건 자체의 소유권이 애매한 경우에 “내가 일정 부분 기여했으니, 그만큼 돌려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제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본인이 50만 원, 상대방이 50만 원을 냈다면, 전체 금액을 부담하지는 않았더라도 기여도에 따라 50%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공동기여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며, 단독 구매나 선물과는 달리 공동생활 중의 지출일 경우 인정될 여지가 크다.

실제로 법원은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판단한다.

  • 해당 물건이 함께 거주하는 공간에 설치되어 있었는가
  • 구매 시점과 동거 기간이 일치하는가
  • 상대방이 ‘공동 소유’임을 인정하는 발언이나 문서가 있는가
  • 기여도가 어느 정도이며, 물건의 현재 소지자가 누구인가

예를 들어,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소11628 사건에서는 동거 중 함께 구매한 TV에 대해 당사자가 각 50%씩 비용을 부담했다는 점이 문자 대화와 이체 내역으로 입증되어, 사실혼 관계가 아니더라도 공동소유를 인정받아 절반을 반환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단, 아래의 경우에는 반환이 어렵다.

  • 본인의 금전 기여 없이 상대방이 전액 구매한 물건일 경우
  • 선물로 받은 물건임이 입증되는 경우
  • 상대방 단독 명의로 구매했고, 기여 내역이 없거나 주관적인 주장만 있는 경우

이처럼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입증 자료다. 만약 영수증이나 송금 내역이 없다면,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 심지어 동거 중 작성한 메모나 음성 녹음도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소액사건으로 진행하면 복잡한 절차 없이 간단한 진술과 증거만으로도 판단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기여를 구체적으로 정리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법적 분쟁을 예방하는 현실적인 방법

사적인 관계에서 법적 분쟁을 상상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동거 중 고가의 물건을 함께 구매하거나, 월세·보증금·공과금 등을 함께 부담하는 구조라면,
미리 최소한의 증거를 남겨두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 현명한 방법이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지출 시 영수증을 본인 명의로 발급받고, 공동 구매 시에는
문자로 “이건 우리가 5:5로 샀으니 반반 소유야” 같은 간단한 내용이라도 남겨두는 것이다.

 

또한, 상황에 따라서는 간단한 형태의 동거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해당 계약서에는 공동 지출 항목, 물품 분배 기준, 동거 종료 시 처리 방식을 적어두면
나중에 소송이 발생했을 때 큰 도움이 된다.

 

법령 및 판례

항목내용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 반환 청구 규정
민법 제245조 점유를 통한 소유 추정 규정
대법원 2003므1228 사실혼 해소 시 재산분할 기준 판시
서울중앙지법 2019가단514523 동거인 간 물품 분할, 기여도 인정 후 50% 반환 명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