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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 관리(Digital Legacy)

디지털 유산, 생전에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by 심미안simmian 2025. 5. 10.

디지털 유산, 사망 후보다 생전 준비가 더 중요합니다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은 고인의 삶과 기억이 담긴 온라인 기록이자, 때로는 실제 자산으로서 법적 가치도 갖는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단지 ‘남은 계정’ 정도로 여기고, 아무런 조치 없이 사망을 맞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디지털 유산은 사망 후보다 생전에 준비해 두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안전하다. 왜냐하면, 사망 이후에는 유족이 고인의 의중을 파악할 수 없고, 서비스 제공자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메일, 클라우드, SNS, 구독형 서비스 등은 개인 전속적 계정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제3자 접근이 원천 차단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생전에 자신이 어떤 계정을 운영 중이며, 어떤 데이터를 남기고 싶은지에 대한 의사 표현이 없다면, 남겨진 이들은 정리조차 하지 못한 채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디지털 흔적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혼란을 줄이기 위해, 디지털 유산 관리 계획은 생전부터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

 

어떤 정보를 남길 것인지부터 정리해보세요

 

디지털 유산 준비는 복잡하거나 거창할 필요가 없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현재 사용 중인 계정과 서비스 목록을 정리하는 것이다. 구글, 애플, 네이버, 카카오 같은 대표 계정 외에도, 쇼핑몰 계정, 금융 앱, 메모앱, 사진 저장 서비스, 유튜브 채널, 블로그, 포털 메일 등 나도 모르게 사용 중인 서비스들이 매우 많다. 이 계정들이 어디에 있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간단히 목록으로 작성해 두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그다음은 이 계정들에 대한 정리 방침을 설정하는 단계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 계정은 삭제”, “블로그는 가족이 열람할 수 있도록 공유”, “클라우드 사진은 백업 후 계정은 폐쇄” 등의 방침을 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산 가치가 있는 콘텐츠(수익이 있는 채널, 저작권 있는 게시물 등)는 따로 표시해 두는 것이 좋다. 나중에 상속세 이슈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처럼 계정 정리는 단순한 정리가 아닌, 디지털 자산 목록화의 핵심 단계로 작용한다.

 

디지털 유산, 생전에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디지털 유서와 계정 접근 정보를 함께 보관하세요

생전 디지털 유산 준비의 핵심은 바로 디지털 유서(Digital Will)를 작성하는 것이다. 디지털 유서는 법적 유언장과는 별개로, 사용자의 온라인 자산을 어떻게 처리하길 원하는지를 담은 문서다. 여기에 앞서 정리한 계정 목록과 처리 방침을 함께 포함시키고, 누구에게 어떤 권한을 줄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예: “구글 계정은 A에게, 네이버 블로그는 B에게 관리 권한을 위임” 등.

또한 이 유서를 아무나 볼 수 없도록 해야 하므로, 접근 정보(비밀번호, 백업 이메일, 2단계 인증 수단 등)는 별도로 암호화된 문서나 비밀번호 관리 앱에 저장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를테면 'LastPass', '1Password', 'Bitwarden' 같은 앱을 사용하거나, 오프라인 보안 USB에 저장해 두고 신뢰할 수 있는 가족에게 열람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정보만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누구에게', '언제', '어떤 조건'으로 넘길지를 정하는 것이다. 이 절차는 사망 이후 유족 간 분쟁을 막고, 나의 디지털 자산이 오남용 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구글·애플 등 주요 플랫폼의 생전 설정도 필수입니다

 

디지털 유산을 생전 준비할 때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 기능이 바로 플랫폼별 사전 설정 기능이다. 구글의 ‘계정 비활성화 관리자’, 애플의 ‘디지털 유산 연락처’, 페이스북의 ‘기념 계정 지정’ 등이 대표적이다. 이 기능들을 설정해 두면, 일정 기간 활동이 없을 경우 자동으로 지정된 사람에게 데이터 접근 권한이 넘어가거나, 계정이 삭제된다. 예를 들어 구글의 비활성화 관리자 기능은 로그인하지 않은 기간(예: 6개월, 12개월 등)을 기준으로, 미리 설정한 연락처에게 메일, 사진, 드라이브 문서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애플은 사망 시 가족이 사망확인서와 함께 ‘디지털 유산 연락처’ 권한을 통해 아이클라우드, 사진, 메모 등 대부분의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강화했다. 이처럼 주요 플랫폼들이 디지털 사망 절차를 시스템화하고 있기 때문에, 생전 설정만 잘해둔다면 복잡한 법적 절차 없이도 유족이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정리할 수 있다. 결국 디지털 유산을 제대로 남기기 위해선, 단순히 목록을 작성하는 것뿐 아니라 각 플랫폼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는 전략적 준비가 필요하다.

 

디지털 유산 준비는 삶을 정리하는 또 하나의 지혜입니다

 

디지털 유산 정리는 단지 사망을 대비한 절차가 아니다. 오히려 내 삶을 돌아보고, 남길 가치가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기록을 체계화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생전에 이러한 준비를 해두면, 유족에게는 감정적·법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고, 나 자신에게도 삶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가 물리적 자산에 대해 유언장을 쓰고 보험을 가입하듯, 이제는 디지털 자산에도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내 계정 하나, 글 하나, 사진 하나에도 나의 의도와 흔적이 담겨 있다. 지금 당장 모든 걸 정리하지 않더라도, 계정 목록부터 간단히 메모해 두고, 중요한 플랫폼 설정부터 시작해 보자.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디지털 유산 정리는 유족에 대한 배려이자, 나 자신에 대한 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