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했는데 또 고소?” 흔하지만 헷갈리는 상황
형사 사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오해 중 하나는,
합의서만 쓰면 모든 법적 절차가 끝난다는 믿음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와의 합의서 작성을 통해 사건을 무마했다고 생각하지만,
얼마 후 “또 고소당했습니다”, “경찰서에서 다시 출석요청이 왔어요”라는 상황을 겪고 혼란스러워한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합의가 무조건 면책 또는 사건 종료를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고소인이 합의서 이후 별개의 내용으로 추가 고소하거나,
동일 사안을 두고 민사와 형사를 분리하여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
합의했다고 해서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
그렇다면 고소 후 합의서를 작성했는데도 또 고소당하는 건 정당한 것일까, 아니면 부당한 반복 고소일까?
이 상황을 판단하려면 ‘일사부재리 원칙’, ‘별개의 범죄 구성요건’, ‘합의서의 법적 효력’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사부재리 원칙이란? 다시 고소 못 하는 거 아니야?
합의서까지 작성했는데도 상대방이 다시 고소했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아니, 이건 두 번 고소하는 거니까 불법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여기서 바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일사부재리 원칙’이다.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란 형사 사건에서 동일한 사안에 대해 두 번 재판하거나 처벌하지 않는 원칙으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형벌권의 남용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중요한 형사법의 원칙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전제가 있다.
‘일사부재리 원칙’은 아무 때나 적용되지 않는다.
적용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래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1. ‘재판이 확정된 상태’여야 함
일사부재리는 단순히 고소가 접수되었거나, 수사 중인 상태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검찰의 기소 → 법원의 재판 → 판결 확정(유죄·무죄·공소기각 등) 이 되어야만
그 사건은 '확정된 사건'으로 간주되어 다시 고소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즉, “합의서만 썼을 뿐 재판은 없었다면 → 다시 고소 가능성은 열려 있음.”
2. ‘동일한 범죄사실’이어야 함
고소의 대상이 된 범죄가, 같은 시간·장소·행위·결과를 기준으로 동일해야 한다.
만약 고소인이 다른 날짜의 행동, 다른 표현, 다른 피해 내용을 주장한다면,
→ 이는 법적으로 별개의 범죄로 인정되어 다시 고소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보자:
- A씨가 2023년 1월 상대방의 폭언을 문제 삼아 고소했다가 합의했다.
- 이후 2023년 3월, 같은 사람이 또 다른 욕설이나 협박을 했다면
→ 고소인은 이후 행위에 대해 다시 고소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
- 1차 고소는 모욕죄였고,
- 2차 고소는 명예훼손죄라면,
→ 이는 범죄 구성요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시 고소가 허용된다.
합의서의 법적 효력과 ‘재고소 제한력’의 한계
형사 사건에서의 합의는 주로
- 처벌불원서 작성 (피해자의 처벌의사 없음 표시)
- 민사상 손해배상 포기 합의
- 합의서 내에 고소 취하 조항 포함
이렇게 구성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합의서에 **“향후 어떠한 법적 조치도 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넣었다고 해서
모든 법적 조치가 금지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합의서의 효력은 ‘민사상 구속력’에는 강하고, 형사상 구속력에는 약하다.
- 민사: 합의서에 따른 손해배상 포기, 위자료 청구 포기 등은
→ 법적 효력 인정 가능성 높음 - 형사: 고소 취하 및 처벌불원 의사 표시는
→ 반드시 수사기관에 제출되어야 유효
단순히 합의서에 “처벌 원하지 않음”이라고 적었다고 해서
형사 절차가 자동 종료되지 않는다.
또한 ‘고소 취하’가 효력이 있는 범죄는
친고죄 또는 반의사불벌죄에 한정되며,
→ 명예훼손, 모욕, 경범죄 등 일부 사건에서만 유효
폭행, 절도, 상해 등은 처벌불원서만으로 기소 유예는 가능하지만 고소 자체를 막진 못한다.
게다가 법원은 합의서를 강요당한 정황이 있다거나,
고소 이후 추가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라면
합의서의 효력을 제한적으로 인정하기도 한다.
반복 고소, 허위 고소, 무고죄의 경계
만약 고소인이 고의적으로 같은 사실을 반복해서 고소하거나,
이미 합의한 사건을 사실과 다르게 과장·조작해서 다시 고소한다면,
이는 무고죄 또는 허위 고소로 문제될 수 있다.
형법 제156조(무고죄):
“타인을 형사처벌 또는 징계처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로 고소, 진술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
하지만 실제로 무고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다음 3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 고소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허위’일 것
- 고소인이 그것이 허위임을 알고 있을 것
- 처벌받게 할 ‘목적’이 있을 것
예시: 상대방이 이미 사과하고 합의서도 썼는데,
그 내용을 숨기고 새롭게 고소하면서
“아직 사과한 적 없다”고 진술한 경우
→ 무고죄 성립 가능성이 있음
반면: 고소인은 새로운 증거나 추가 피해를 인지했을 뿐,
악의 없이 고소를 반복했다면 무고죄 성립 어려움
실제로 대법원 2013도13990 판결에서는
“초기 고소 이후 새로운 피해 내용이 발생했거나,
기존 합의서에서 다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고소는
무고가 아닌 별개의 정당한 고소”라고 판시했다.
고소·합의·재고소,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실전 수칙
이처럼 형사 사건의 ‘고소 → 합의 → 재고소’ 구조는 복잡하고 오해 소지가 크다.
이런 상황에 휘말렸을 때는 다음과 같은 실전 대응 수칙을 기억하자:
- 합의서에는 반드시 ‘처벌불원’ 의사를 명시하고 경찰에 제출한다
→ 수사기관에 직접 제출하지 않으면 형사 효력이 불완전할 수 있음 - 합의 범위는 명확히 기재한다 (예: 본 사건에 한함 / 추후 법적 조치 없음 등)
→ 민사소송을 방지하려면 위자료 청구권 포기도 명시 필요 - 합의 전후 내용은 모두 캡처·보관해둔다 (문자, 이메일, 통화 등)
→ 재고소 시 무고 방어의 핵심 증거가 된다 - 고소가 반복되거나 내용이 왜곡되었다면 무고죄 검토를 변호사와 진행한다
→ 무고죄 고소는 신중히 접근해야 하므로, 법률 상담이 필요 - 합의했다고 안심하지 말고, 사건번호 종료 여부를 반드시 확인한다
→ 경찰 또는 검찰에 ‘공소권 없음’, ‘불기소’, ‘기소유예’ 여부 확인 필요
법령 및 판례 요약
적용 법령 | - 형사소송법 제325조: 일사부재리 원칙 - 형법 제156조: 무고죄 - 민법 제109조: 의사표시 착오 -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죄 |
주요 판례 | - 대법원 2013도13990: 합의 이후 고소는 무고 아님 → 새로운 사안 가능 - 서울중앙지법 2020고단5872: 고소 후 합의서 존재 숨기고 재고소 → 무고죄 인정 - 대전지법 2017고정437: 허위 내용 포함한 반복 고소 → 벌금형 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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