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막은 킥보드, 보기보다 복잡한 법적 문제
최근 몇 년 사이, 공유 전동킥보드는 도시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이 되었다.
출퇴근이나 짧은 거리 이동에 편리함을 제공한 반면,
문제는 그 사용 이후 ‘버려지듯이 방치된’ 킥보드가 도로, 인도, 심지어 주거지 앞까지 점령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세대 아파트나 주택가 골목에서 킥보드가 현관문 바로 앞이나 차량 진입로에 버티고 서 있을 경우,
입주자들은 불편을 넘어서 안전 위협과 소유권 침해에 대한 분노를 느끼곤 한다.
“그냥 치우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는 질문은 당연하다.
하지만 실무에서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공유킥보드는 누군가의 소유물이면서도
누구의 책임 아래 관리되고 있지 않은, 이른바 ‘유령 자산’처럼 취급되는 회색 지대의 물건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사유지에 놓인 물건을 멋대로 치웠을 때,
그게 단순한 정리일지, 불법 처분일지는 법적 해석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유킥보드는 법적으로 어떤 지위를 가지는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유킥보드는 누구의 것이며, 내 공간에 놓인 그것은 점유 침해일까?
공유 전동킥보드는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예: 씽씽, 라임, 지쿠터 등)의 자산이다.
이용자는 일정 요금을 내고 타는 것이지 킥보드 자체를 구매하거나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즉, 킥보드는 회사 소유의 동산이며, 사용이 끝난 후에는 일정 위치에 반납되거나 회수되어야 한다.
문제는 다수의 킥보드가 ‘어디에나 반납 가능’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동킥보드는
- 도로 가장자리
- 아파트 화단
- 주택 대문 앞
- 상가 입구
등에 무분별하게 방치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개인 사유지’ 혹은 ‘개인 점유공간’이 침해된다.
법적으로 보자면, 타인의 물건이 내가 점유 중인 공간을 방해하거나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경우,
그것은 ‘점유방해’ 또는 ‘불법방치’ 행위로 볼 수 있다.
민법 제209조는 “점유자는 그 점유를 방해하는 자에 대하여 방해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점유는 반드시 등기나 소유권을 가져야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해당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 상태이면 충분하다.
즉, 주택 현관문 앞, 상가 점포 진입부 등은
주인이 ‘실질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공간’이므로
타인의 물건이 그곳에 놓여 있는 행위는 법적으로도 방해 행위가 될 수 있다.
함부로 치우면 오히려 내가 처벌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점유 방해니까 치워도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킥보드를 밀어내거나 도로로 옮겼을 경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전동킥보드는 공유자산이지만 엄연히 특정 업체의 소유물이며,
그 물건을 파손하거나 훼손하거나 임의로 버린다면
형법상 재물손괴죄나 절도죄,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고단29385 판결에서는
한 시민이 자기 상가 입구 앞에 놓인 공유킥보드를 치우다가
화단에 던졌는데, 그 과정에서 킥보드가 손상되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소유자의 허락 없이 타인의 재산을 훼손한 행위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특히, 공유킥보드는 업체에 등록된 고가의 이동수단으로,
단순한 방치물과 달리 실질적인 자산 가치가 있기 때문에, 손상 시 민·형사 책임 모두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물건을 ‘주운 것처럼’ 처리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킥보드를 치운 후 인도 가장자리에 세워두었는데 도난을 당하거나,
쓰레기처럼 처리했다가 회수 업체가 문제 삼는 경우
‘점유이탈물횡령죄’나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소지가 있다.
즉,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물건 자체의 권리는 보호되며, 그 물건에 물리적 조치를 할 경우에는 언제나 법적 책임이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킥보드를 임의로 옮기거나 파손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책임을 떠안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법
킥보드가 주거지나 상가 앞을 장시간 점거하고 있고,
통행에 지장을 주거나,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면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 하지 않고 관할 기관에 신고하거나 사업자 측에 공식 요청하는 것이다.
첫 번째는 지자체 민원 접수 또는 불법주정차 신고앱 활용이다.
전동킥보드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달리 도로교통법상 명확한 불법주정차 규정은 없지만,
보행자 통행을 방해하거나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경우,
관할 구청 또는 경찰에 ‘공공장소 무단 방치 신고’가 가능하다.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는 전동킥보드 민원에 특화된 온라인 접수 시스템을 운영하며,
관리 주체를 확인한 뒤 업체 측에 회수 명령 또는 과태료 부과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공유킥보드 업체 고객센터 또는 앱 내 신고기능 활용이다.
대부분의 공유 킥보드 플랫폼은 앱 내에 ‘불법주차’ 또는 ‘위험한 장소 반납’ 신고 메뉴를 운영하고 있다.
신고 시 사진과 위치를 첨부하면 업체가 회수 담당자를 보내 수거하게 되며,
이 기록은 문제 해결 시도에 대한 증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문제가 반복되거나 신고에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한국소비자원 또는 지자체 생활불편신고센터에 정식 민원 접수가 가능하다.
이 경우 공유모빌리티 업체에 대한 관리 책임이 논의될 수 있으며,
제재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공유킥보드는 편리함을 위한 공공자산이면서도,
누구에게나 방해가 될 수 있는 공유공간 내 동산이기 때문에
그 존재 자체는 존중하되, 그 위치와 사용 후 방치 여부에 따라 규율되는 대상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공유 모빌리티 시대, 내 공간의 권리도 함께 지켜야 한다
공유 전동킥보드는 이제 단순한 유행이 아닌,
현대 도시 생활의 한 축이자 필수적인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 편리함 이면에는 누군가의 공간을 침해하거나,
누군가의 일상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이 늘 존재한다.
특히 ‘공공물처럼 사용되지만 실은 사유물’이라는 이중적 성격은
많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때로는 분쟁과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는 갈등의 씨앗이 된다.
따라서 공유 모빌리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공간 점유권, 재산권, 공유물의 법적 지위에 대해 최소한의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냥 밀어두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아니라
내 권리를 지키는 동시에 타인의 권리도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법적 분쟁을 피하면서도 문제를 가장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불편한 상황에 처했을 때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제도가 마련해둔 신고 절차나 정식 채널을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단지 문제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일상과 권리를 존중받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법령 및 판례
민법 제209조 | 점유자의 방해제거 청구권 |
형법 제366조 | 재물손괴죄: 타인의 물건을 손상한 경우 형사처벌 가능 |
형법 제360조 | 점유이탈물횡령죄: 분실물·방치물 임의 처리 시 처벌 가능 |
서울중앙지법 2022고단29385 | 킥보드 무단 이동 중 파손 → 벌금형 판결 |
전자·모빌리티 기업 약관 | 사용 종료 후 ‘안전한 반납 의무’ 존재, 방치 시 이용자 불이익 발생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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