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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정보

소액 민사소송에서 판결만 받고 돈 못 받는 경우가 많다던데요?

by 심미안simmian 2025. 5. 1.

소액 민사소송에서 판결만 받고 돈 못 받는 경우가 많다던데요?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줬거나, 계약상 채무를 이행받지 못해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법원에서 판결을 받고 “승소”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보통은 문제가 다 해결된 줄로 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실제로는 '판결문까지 나왔는데도 돈을 한 푼도 못 받았다'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소송까지 갔고, 법원이 나의 손을 들어줬는데 왜 돈을 받지 못할까?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민사소송의 ‘집행 단계’가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송은 '누가 옳은가'를 가리는 절차일 뿐이고,
판결문은 '당신이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는 선언일 뿐,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로 받아내야 하는 후속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소액 민사소송의 절차, 판결 후에도 돈을 못 받게 되는 이유,
그리고 채권자로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려 한다.

 

소액 민사소송이란? 빠르고 간단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소액 민사소송은 말 그대로 청구금액이 3,000만 원 이하인 사건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민사절차다.
소송 대상은 다양하다. 돈을 빌려주고 못 받은 경우, 물건을 공급했는데 대금을 받지 못한 경우,
월세 연체, 계약금 반환, 공사대금 분쟁 등 일상적인 분쟁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

소액사건은 일반 민사소송에 비해 절차가 간편하고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보통은 간이조정절차가 먼저 적용되고, 조정이 불성립되면 판결 절차로 넘어간다.
대부분은 서면 중심으로 진행되며, 증거도 비교적 단순하게 제출할 수 있다.
특히 원고가 서류를 잘 정리해 내면, 한두 차례 재판만으로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바로 그 다음이다.
판결이 나고 “피고는 원고에게 얼마를 지급하라”는 주문이 명시되면,
이제 당연히 돈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민사소송에서는 판결이 곧 강제집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피고가 스스로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채권자 스스로가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하고 진행해야만 돈을 받아낼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실제로 좌절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소액 민사소송에서 판결만 받고 돈 못 받는 경우가 많다던데요?

판결문 = 곧 돈 받는다는 뜻일까? 판결은 ‘시작’일 뿐

많은 사람들은 “법원에서 이겼으니 상대방이 당연히 돈을 줄 거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민사 판결은 ‘청구권의 존재’를 인정하는 선언적 문서이지,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돈을 보내주는 수단은 아니다.
법원은 "A는 B에게 얼마를 지급하라"고 판결할 뿐,
돈을 직접 걷어주거나 대신 이행해주는 역할은 하지 않는다.

만약 피고가 “줄 돈 없다”거나, 고의로 무시하는 경우,
원고는 스스로 **강제집행 절차(재산 압류, 통장압류, 급여압류, 부동산 경매 등)**를 진행해야만 한다.
이 집행은 다시 별도의 신청과 비용이 소요되며,
상대방의 재산 정보를 파악하고 확보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보 부족, 시간 지연, 비용 부담, 심리적 피로감이 겹쳐져
결국 집행을 포기하거나 실패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민사소송에서 가장 큰 착각은
“이기면 끝난다”는 생각이다.
이긴 후에도 돈을 실제로 받으려면, 집행 단계까지 시야를 넓혀야 한다.

 

강제집행이 왜 중요한가: 채권자 입장에서의 다음 단계

강제집행은 쉽게 말해, 상대방이 돈을 주지 않을 경우 국가의 힘을 빌려 받아내는 절차다.
법원의 판결문을 근거로 채권압류, 부동산 경매, 차량압류, 급여압류 등을 통해
상대방의 재산을 강제로 처분하거나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강제집행도 신청만 하면 자동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은 아니다.
집행을 하려면 우선 상대방의 재산 현황을 파악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채권자가 재산조회신청을 법원에 해야 하며,
금융기관,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등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상대방의 소득, 통장, 부동산 등을 추적해야 한다.
이 과정은 다소 복잡하고, 때로는 정보가 없거나 무재산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집행권원(판결문)을 가진 사람만이 이런 조회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승소한 다음에도 ‘적극적인 채권자’로 행동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상대방이 돈이 없거나 재산을 숨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소액 민사소송에서 가장 흔하게 마주치는 벽은, 판결은 받았지만 상대방이 “돈이 없다”며 버티거나,
미리 재산을 처분하거나 제3자 명의로 빼돌리는 경우다.
민사판결은 ‘당신이 받을 권리가 있다’는 선언일 뿐이므로, 상대방이 고의적으로 재산을 숨기면
채권자는 정당한 판결을 받아놓고도 실질적인 회수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럴 때 채권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1. 재산명시신청: ‘무슨 재산이 있는지 법원에 직접 쓰게 만들기’

민사집행법 제74조에 따라, 채권자는 판결문(집행권원)을 바탕으로 ‘재산명시신청’을 할 수 있다.
이는 채무자가 법원에 출석하여, 현재 자신이 보유한 재산을 목록으로 기재하고 서명하게 만드는 절차다.
여기에는 부동산, 자동차, 예금, 급여, 기타 채권 등이 포함된다.

채무자는 거짓으로 적거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또는 감치 처분(구치소 유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압박 수단으로 작용한다.
특히 상대방이 ‘돈 없다’고 말만 하고 명확한 근거가 없는 경우,
재산명시신청은 진위를 가릴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절차다.

 

2. 재산조회신청: ‘법원을 통해 제3자 기관에 직접 물어보기’

더 적극적인 방법은 ‘재산조회신청’이다.
민사집행법 제83조에 따라, 집행권원(판결문, 화해조서 등)을 받은 채권자는
법원을 통해 채무자의 금융정보, 근로소득, 국민연금, 건강보험 자격, 부동산, 차량 등의 정보를 직접 조회할 수 있다.

이 재산조회는 아래 기관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기관확인 가능한 정보
금융감독원 예금, 적금 등 금융자산 보유 여부
건강보험공단 직장가입 여부 → 급여압류 가능성
국민연금공단 사업장 정보, 소득 신고 여부
자동차등록원부 차량 보유 여부
부동산등기소 부동산 소유 현황
 

이 과정을 통해 재산이 확인되면, 즉시 압류·추심·경매 등의 강제집행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
다만, 수수료(대략 10만 원 전후)가 들고, 법원이 허가하는 서류 형식이 필요하므로
작성은 꼼꼼히 해야 한다.

 

3. 사해행위 취소소송: ‘빼돌린 재산 되찾아오기’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싶다면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것은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고의로 제3자(가족, 지인 등)에게 헐값에 넘기거나 증여한 경우,
그 이전을 무효로 하고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소송이다.
민법 제406조에 따라, 채권자의 권리 침해를 막기 위한 일종의 방어 소송이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소송 전후로 갑자기 자동차를 배우자 명의로 바꾸거나,
자신 명의의 통장을 폐쇄하고 다른 사람 명의로 돈을 돌린 경우 등은
사해행위로 의심될 수 있다.

다만 이 소송은 입증이 필요하고, 법률적 구조가 복잡하므로
변호사 등 전문가 조력을 받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 밖에 현실적인 대응 방법들

  • 내용증명 발송: 지급 독촉 및 추심의 심리적 압박용으로 유용
  • 채권양도: 판결을 회수 전문업체에 넘기고 일부 회수하는 전략
  • 장기 추심 유지: 판결문은 10년간 유효하므로, 시간이 지난 뒤 상대방이 자산을 보유하면 다시 집행 가능

특히 요즘은 카드 결제·플랫폼 수익 등 가상자산 기반의 수입도 많아졌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무재산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현금 흐름이 있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처음 집행이 어렵더라도 기록을 보존하고 기회를 기다리는 전략도 유효하다.

 

민사소송의 진짜 목적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받아내는 것'이다

소액 민사소송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도지만,
그 한계도 분명하다.
법원 판결은 ‘권리가 있다는 확인서’일 뿐이고,
그 권리를 실제로 실현하는 건 오롯이 채권자의 책임
이다.

따라서 민사소송을 준비하거나 이미 판결을 받은 경우라면,
“어떻게 이길까?”뿐 아니라 “어떻게 받아낼까?”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상대방의 재산 유무, 직업, 생활수준 등을 미리 조사해보고,
필요하다면 조정·합의 전략도 고려해 현실적인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현명하다.

민사소송은 단순히 법리 싸움이 아니라,
현실과 법률을 연결하는 전략의 싸움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이겨도 못 받는 싸움은 의미가 없다.
받을 수 있어야 진짜로 이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