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 명을 넘는 시대, 이제는 개나 고양이뿐 아니라 다양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반가운 변화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갈등이 있다. 바로 이웃과의 분쟁이다.
개가 짖는 소리로 이웃이 수면장애를 겪는다거나,
고양이가 공동 현관을 통해 다른 집으로 들어갔다든지,
산책 중인 개가 다른 사람에게 달려들어 놀라게 하거나 긁힌 경우 등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이때 상대방이 “당신의 반려동물 때문에 피해를 입었으니 손해배상을 해달라”고 요구한다면
과연 반려인은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까?
많은 사람들은 “동물이 한 일인데 왜 내가 배상해야 해?”라는 의문을 갖는다.
하지만 우리 민법은 아주 명확하게 ‘반려동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소유자(또는 점유자)가 책임진다’고 정하고 있다.
즉, 반려동물은 단순히 동물이 아니라, 소유자가 관리해야 할 ‘책임 주체’로 간주된다.
이 글에서는 실제 적용되는 법령과 판례, 책임 범위, 배상 기준 등을 바탕으로
반려동물 관련 손해배상 책임이 어떤 방식으로 인정되는지를 자세히 설명해보려 한다.
민법상 반려동물 소유자의 책임: 제759조 ‘동물점유자 책임’이란?
우리 민법 제759조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동물의 점유자는 그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그 점유자가 동물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그 보관에 상당한 주의를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여기서 ‘점유자’란 단순히 소유자뿐 아니라, 일시적으로 동물을 맡고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
예컨대 친구가 맡긴 강아지를 며칠간 돌보다가 그 개가 이웃을 문 경우에도, 실제 돌본 사람이 점유자로 간주될 수 있다.
또한 위 조문은 ‘무과실책임’을 규정한다.
즉, 소유자(또는 점유자)가 잘못이 없더라도 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반려동물이 기본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할 수 있고,
그 위험성을 소유자가 부담하는 게 타당하다는 입법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소유자 입장에서는 “나는 주의했는데요?”라는 항변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대신 이 책임을 면하려면 ‘동물의 종류와 성질에 맞게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웃 피해의 대표 사례와 실제 판결은?
실제로 반려동물로 인한 분쟁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고,
법원은 대부분 반려동물 점유자에게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결하고 있다.
예를 들어, A씨는 자신의 반려견이 아파트 복도에서 배변을 했다는 이유로
B씨에게 항의 전화를 받은 뒤, 말다툼이 벌어졌다.
그런데 A씨는 반려견이 평소 배변 훈련이 잘 돼 있고, 그 시간대에는 집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 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CCTV 영상에서 해당 반려견의 모습이 확인되어 배상 책임을 지게 되었다.
또 다른 사례로, C씨는 산책 중이던 강아지가 리드줄에서 벗어나
이웃의 반려견에게 달려들어 상처를 입혔다.
이 경우 “목줄을 했는데도 풀렸다”는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법원은 “소유자는 목줄의 상태를 항상 점검할 의무가 있다”며
수백만 원의 수의비와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심지어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더라도, 정신적 충격이나 소음 스트레스에 대해 인정된 판례도 있다.
즉, 피해의 형태가 물리적 상해만이 아니라 정신적, 환경적 피해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내가 잘못이 없는데도 책임져야 하나요?
많은 반려인들이 가장 억울하게 느끼는 상황 중 하나는
“나는 주의를 다했는데, 왜 나보고 배상하라고 하나요?”라는 경우다.
예를 들어 산책 중 목줄을 하고 있었고, 주변에 사람이 없어 조용히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개가 달려들었다거나,
고양이가 갑작스럽게 뛰어올라 누군가의 가방을 긁었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요구할 때, 소유자는 자신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과실도 없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민법은 이와 같은 ‘억울함’을 배려하지 않는다.
우리 민법 제759조는 “동물이 타인에게 해를 가한 경우, 점유자는 배상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면서,
‘과실이 없어도 책임진다’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것을 법적으로는 ‘무과실 책임’이라고 부른다.
즉, 반려동물을 키우는 순간, 그 동물이 저지른 일에 대해 '관리자'로서의 책임이 자동으로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유자가 완전히 책임을 면할 방법은 없을까?
법률상 “동물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상당한 주의를 다한 경우에는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있긴 하다.
하지만 실제 법정에서는 이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본다.
단순히 “목줄을 했어요”, “평소엔 안 물었어요” 정도로는 면책이 거의 불가능하다.
법원은 일반적으로 ‘반려동물이 갑자기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상황도 배상 책임이 인정된 판례가 있다:
- 반려견이 3미터 길이의 리드줄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튀어나가 행인을 넘어뜨린 경우
- 고양이를 집 안에만 두었으나, 베란다를 통해 아래층 빨래를 더럽힌 경우
- 방문객이 집에 들어오자 반려견이 놀라 달려들었고, 놀란 방문객이 넘어져 다친 경우
이처럼 소유자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고, 방심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도
결과적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법원은 “반려동물은 통제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특수성”을 이유로
일반적인 불가항력(천재지변 등) 수준이 아니면 소유자 책임을 면제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날 따라 유난히 흥분했어요” “원래는 얌전한 아이예요” 같은 주장은
법률적으로 설득력이 없다.
다만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책임이 감경되거나, 경우에 따라 면책될 가능성도 있다:
- 피해자 과실이 큰 경우:
- 피해자가 먼저 반려동물을 자극했거나
- 허락 없이 만졌고, 경고를 무시한 경우
→ 이 경우 공동과실이 인정돼 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음.
- 강제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
- 예컨대 애견호텔 직원이 위탁된 개를 산책시키던 중 발생한 사고 등
→ 소유자가 아닌 관리책임자가 따로 있는 경우 책임이 분산됨
- 예컨대 애견호텔 직원이 위탁된 개를 산책시키던 중 발생한 사고 등
- 예상하지 못한 제3자의 개입:
- 다른 사람이 리드줄을 풀거나, 외부 충격에 의해 동물이 흥분한 경우
→ 인과관계가 다툼될 여지가 있음
- 다른 사람이 리드줄을 풀거나, 외부 충격에 의해 동물이 흥분한 경우
손해배상 기준과 인정 요건: 어디까지 배상해야 하나요?
반려동물로 인한 피해에서 손해배상이 이루어질 때는
크게 직접 손해(예: 병원비, 물건 파손), 간접 손해(예: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나눠지며,
그 외에도 부수적으로 발생한 비용(예: 치료를 위한 교통비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건 손해가 실제로 발생했다는 점과, 그 손해가 반려동물의 행동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예를 들어, 개가 짖어서 잠을 못 자 수면장애가 생겼다는 주장은
병원 진단서, 수면장애 기록 등이 있어야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
또한 피해자의 일부 과실이 인정되면 배상액이 줄어들 수도 있다.
예컨대 피해자가 허락 없이 반려동물에게 손을 댔다가 물렸다면,
피해자도 일정 부분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이 감안되어
손해배상액이 감액될 수 있다.
정리하면, 손해의 발생과 인과관계, 피해액 산정, 피해자의 과실 여부 등이 모두 종합적으로 판단되어
손해배상 범위가 결정된다.
예방이 최선, 책임 회피는 어려워요
반려동물은 가족과 같은 존재지만, 법적으로는 ‘소유자가 관리해야 할 위험물’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
즉, 반려인은 단순히 정서적 관계를 넘어
사고 발생 시 법적·경제적 책임을 져야 하는 관리의무자라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 산책 시 항상 목줄을 착용하고,
- 공동주택에서는 짖음 방지 교육을 병행하고,
- 엘리베이터·복도 등에서는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도록 안고 다니는 등
기본적인 주의의무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또한, 예상치 못한 사고를 대비해 반려동물 배상책임 특약이 포함된 펫보험에 가입하거나
임대차계약 시 반려동물 관련 조항을 명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려인으로서의 권리는,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보호받을 수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신중하게 돌보는 태도는
결국 나 자신과 반려동물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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