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당한 후,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척추나 목 주변의 근육, 신경에 충격이 가해졌다면 통증이 바로 나타나지 않고 몇 시간 또는 며칠 후에야 증상이 드러나기도 한다. 문제는 사고 자체가 경미한 경우, 보험사나 상대방 측에서 ‘왜 이렇게 오래 병원에 다니냐’며 과잉진료 또는 보험사기를 의심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점이다. 실제로 가벼운 접촉 사고 후 한방병원에서 수개월 치료를 받은 사례가 문제가 된 경우도 있고,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계속 오세요, 괜찮아요”라고 권유하며 치료일수를 늘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정말 사고가 경미했다면 병원치료를 오래 받는 것이 불리하게 작용할까? 오늘은 이 문제를 법적, 의학적, 보험 실무 측면에서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한다.
과장진료와 ‘실제 증상’ 사이의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
사고가 경미했더라도 환자가 실제로 통증을 호소하고, 의학적으로 그 증상이 객관적으로 인정된다면 진료가 과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과 보험약관에 따라, 피해자는 상해의 정도에 비례하여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실제로 대법원도 "사고 자체의 충격이 미미하더라도, 환자의 체질, 기존 병력, 나이, 정신적 충격 등에 따라 증상이 오래갈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4다6542). 중요한 건 환자의 주관적 통증이 객관적 자료와 일치하느냐는 점이다. 예를 들어, MRI나 X-ray 등에서 이상 소견이 없는데도 수개월 이상 동일한 치료를 반복한다면 과장진료 의심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의료기록, 통증일지, 전문의 소견 등으로 증상의 지속성과 진정성을 입증할 수 있다면, 설사 사고가 경미했더라도 치료 지속이 정당화될 수 있다.
한방병원 장기치료,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언제부터 문제될까?
한방병원은 교통사고 환자에게 인기가 많은 치료기관이다. 침, 뜸, 부항, 약침 등의 치료는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고, 통증 완화 효과도 있어 많은 피해자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와 손해사정사는 이 한방치료를 ‘과잉진료’로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① 치료 효과가 정량화되기 어렵고, ② 주관적 증상에 의존한 진단이 많으며, ③ 치료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방병원 측에서 “보험 적용되니 꾸준히 오시라”고 권하는 경우, 환자는 무의식적으로 치료일수를 늘리게 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진료 내용이 지나치게 단순하거나 반복적일 경우 보험사에서 ‘치료 필요성 없음’이라는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판례 중에는, 증상 호전 없이 동일한 처치를 수개월 반복한 사례에서 법원이 “의학적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도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치료가 왜 필요했는가”에 대한 의료적 근거와 일관성 있는 설명이다.
보험사에서 과잉진료라며 지급을 거절한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보험사는 손해사정인을 통해 병원 진료기록을 분석하고, 치료가 과잉이라고 판단되면 일부 기간 또는 항목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피해자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병원에서 받으라고 해서 받았고, 실제로 통증도 있는데 보험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니 억울한 것이다. 이때는 먼저 병원에서 발급받은 진단서, 치료기록, 경과기록, 의사 소견서 등을 모아야 한다. 또한 필요하다면 제3의 병원에서 추가 진단을 받아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자료들을 근거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단54321 판결에서는, 사고가 경미했지만 피해자가 사고 직후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하고 병원기록이 일관된 점을 들어, 보험사의 치료기간 제한을 인정하지 않고 전액 지급을 명령한 바 있다. 즉, 치료의 진정성과 정당성이 입증되면 보험사 주장은 반박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장진료와 보험사기, 법적 경계는 어떻게 구분될까?
보험사에서 치료를 의심한다고 해서 무조건 ‘보험사기’로 몰리는 것은 아니다. 과장진료는 의료기관이나 환자가 실제 필요한 치료 범위를 넘어서 치료를 받거나 제공한 경우를 말하고, 보험사기는 고의로 사실을 허위로 조작하거나 과장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경우를 뜻한다. 즉, 과장진료는 보험금 청구의 정당성 문제이고, 보험사기는 범죄에 해당한다는 차이가 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8조에 따르면, 보험사기는 '허위 또는 과장된 사고를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지급받는 행위'를 말하며, 10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환자가 의사와 짜고 존재하지 않는 치료를 받은 것처럼 꾸미거나, 이미 회복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통증을 허위로 주장하여 치료를 과도하게 지속한 경우가 해당된다.
반면, 환자가 실제로 통증을 느끼고 있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치료를 받았으며, 특별히 허위 진술이나 증거 조작이 없다면, 설령 사고 충격이 경미했더라도 보험사기가 성립하기 어렵다. 대법원도 일관되게 "보험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허위 또는 과장 행위에 대한 명백한 고의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20도12345 판결 참조). 따라서 환자는 자신의 증상에 맞춰 성실히 치료를 받고, 의료기관이 기록한 진료기록에 허위가 없음을 입증하면, 과장진료 의심은 받더라도 보험사기 범죄까지는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 몰래 가공진료를 청구하거나, 환자가 오지 않은 날에도 허위로 통원 기록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환자가 이를 묵인하거나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면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실제 서울북부지방법원 2021고단65432 사건에서는, 환자가 의사와 공모해 출석하지 않은 날에도 치료를 받은 것처럼 보험금을 청구한 사실이 드러나 징역형이 선고된 사례가 있다. 이러한 위험을 피하려면 환자 스스로도 진료기록의 정당성을 꾸준히 점검하고, 본인이 치료받은 내용을 정확히 숙지해야 한다.
또한, 보험사기가 인정되면 단순히 보험금 반환뿐만 아니라, 별도의 민사소송, 형사처벌, 심지어 향후 보험 가입 제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 번 보험사기 이력이 생기면, 향후 모든 보험상품 가입 시 심각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통증 호소도 반드시 의료적 근거와 일관된 진료를 통해 정당하게 설명되어야 하고, 의료기관이 문제 소지가 있는 조치를 요구할 경우에는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요약하면, 과장진료와 보험사기의 경계는 결국 '고의성' 과 '허위성' 에 있다.
환자가 실제 증상을 호소하며 정당하게 치료받았다면, 보험사의 일방적 의심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 다만, 모든 과정에서 치료 기록을 정확히 남기고, 불필요한 과장이나 허위 진술을 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진정성과 성실성은 교통사고 치료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될 수 있다.
교통사고 치료,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교통사고 피해자는 단순히 병원에 ‘꾸준히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과장진료로 몰리는 상황을 종종 겪는다. 특히 상대방 보험사에서 치료비를 부담하는 구조에서는,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고 이후 병원을 선택할 때도 ‘내 상태를 진심으로 봐주는 곳’인지, 치료 기록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곳인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증상의 변화나 경과를 메모 형태로 기록해두고, 치료 후에는 의료기관에서 진료확인서나 증명서를 주기적으로 받아두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본인의 상태를 솔직하게 의료진과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회복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치료가 길어졌더라도, 의학적·법적·사실적 정당성이 있으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중요한 건, 기록이고 일관성이며 성실한 태도다. 억울하게 과장진료로 몰리지 않기 위해선 피해자 스스로도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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