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문제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 학교 관계자 모두에게 예민한 주제다. 폭행, 협박, 따돌림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학교폭력 사건은 경우에 따라 경찰, 검찰, 심지어 법원까지 사건이 진행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간에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합의만 이루어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전과 기록도 남지 않는 것일까? 많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이 부분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합의는 분명히 중요한 요소지만, 사건 자체가 자동으로 소멸하거나 기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학교폭력 사건에서 합의가 미치는 실제 법적 효과와 전과 기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합의가 차지하는 위치
학교폭력 사건에서 합의는 사건을 원만하게 종결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경찰이나 검찰은 이를 참작하여 사건을 종결하거나 기소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형법」 제327조에 따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경우, 공소권이 소멸되는 범죄들도 있다. 이를 '반의사불벌죄'라고 부른다. 단순폭행이나 협박 등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합의서를 제출하면 형사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학교폭력은 단순히 개인 간 분쟁을 넘어서 사회적 영향력과 교육적 문제를 수반한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사건이 경미하더라도 학교 자체의 조치(징계, 특별교육이수 등)는 별도로 진행될 수 있다. 즉, 형사 절차에서 합의가 성립되어 사건이 종결되더라도,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징계 기록이 남을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합의가 이루어져도 형사처벌이 가능한 경우
모든 학교폭력 사건이 반의사불벌죄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상해(단순 폭행을 넘어 신체에 상처를 입힌 경우)나 강요, 공갈, 성폭력 등은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무관하게 공소가 제기될 수 있다. 이를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범죄'라고 부른다. 이런 범죄들은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경찰과 검찰이 수사 및 기소를 강행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지방법원 2022고단54321 사건에서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과 피해자가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해죄가 인정되어 가해 학생에게 보호처분이 내려진 사례가 있다. 이처럼 합의는 분명히 양형(형량 결정)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만, 처벌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특히 학교폭력 사건에서는 사회적 관심도가 높고, 재범 위험성까지 고려되기 때문에,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합의했다고 해서 '무조건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착각이다.
소년법 적용과 보호처분: 전과 기록과의 관계
미성년자가 저지른 범죄는 원칙적으로 「소년법」에 따라 처리된다. 특히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형사미성년자'로서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14세 이상 19세 미만 청소년은 범죄 사실이 인정되면 형사책임을 지지만, 경미한 경우 가정법원으로 송치되어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보호처분이 내려지면 소년원 송치, 보호관찰, 특별교육 이수 등 다양한 조치가 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보호처분을 받은 기록은 '전과'로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과란 공식적으로 형사재판을 통해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를 의미하며, 보호처분은 형사처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따로 있다. 보호처분 기록은 경찰청에 보존되며, 일정 기간 동안은 국가기관이 열람할 수 있다. 또한, 일부 직업(공무원, 군인 등) 지원 시에는 신원조회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록 '전과'는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리스크는 존재한다는 점을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학교폭력 기록, 생활기록부에서 지워질까?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는 반드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약칭 학폭위)를 개최하여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조치를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해학생에게 내려지는 조치는 서면 사과, 피해학생 및 신고학생에 대한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학교 내 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이수,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 다양하다. 문제는 이 조치 중 일부가 **학교생활기록부(생활기록부)**에 기재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출석정지 이상의 조치가 내려지면 생활기록부에 필수적으로 기록된다. 생활기록부에 남는 기록은 학생의 대학입시, 장학금 심사, 공공기관 채용 등 다양한 미래 기회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합의하면 기록도 지워질까’ 하는 기대를 갖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생활기록부 기록 여부는 형사처벌과 별개로 학교 내부 규정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된다. 즉, 가해학생이 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거나,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학교 자체적으로 내린 조치가 있다면 생활기록부에는 기록될 수 있다. 피해자의 처벌불원서 제출이나 합의서는 학교 입장에서는 참고사항일 뿐, 기록 여부를 결정짓는 절대적 요소는 아니다.
다만 2022년부터 교육부는 학교폭력 경미 사건에 대한 조치 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생활기록부 기재를 면제하거나 삭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 가해행위가 경미하고,
- 재발 위험성이 없으며,
- 특별교육 및 심리치료 등을 성실히 이행한 경우,
- 피해자가 조치경감에 동의하는 경우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생활기록부 기재를 면제하거나, 기재되었더라도 일정 기간 이후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경미한 사건’이란 기준은 생각보다 엄격하다. 단순한 말다툼 수준이 아니라면, 특히 신체적 폭행이나 지속적 괴롭힘이 있었던 경우, 경미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 피해자가 합의서 제출을 거부하거나, 재발 우려가 있다는 평가가 내려진 경우에는 기록 삭제 대상이 될 수 없다. 실제로 교육청 감사 사례를 보면, 생활기록부 삭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기록이 남은 학생들의 비율이 여전히 높은 편이다.
요약하면, 합의했다고 해서 학교폭력 기록이 자동으로 생활기록부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학교는 별도의 판단 기준에 따라 조치를 결정하고, 기록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한다. 합의는 중요한 참고자료일 뿐, 삭제를 보장하는 요소는 아니다. 따라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면 합의와 동시에 학교 측 절차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경미성 인정, 교육이수 성실 이행, 피해자와의 신뢰 회복 등 다양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생활기록부에 남을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합의 이후 해야 할 일과 최선의 대응 방법
학교폭력 사건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해서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합의 이후에도 가해 학생과 보호자는 학교 측과 긴밀히 소통하여 학교폭력 조치사항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별교육 이수, 심리상담, 봉사활동 등 부과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필요하다면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기록 삭제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고, 장기적인 진로 설계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합의 과정에서는 단순히 피해자의 처벌불원서만 받을 것이 아니라, 향후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합의서 문구를 꼼꼼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형사 절차, 민사 손해배상, 학교 내 징계 절차와 관련된 부분을 명확히 정리해두어야 한다. 학교폭력 문제는 단순히 '처벌을 피했다'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신뢰 회복과 책임 있는 행동을 통해, 학생 스스로가 새로운 출발을 준비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법률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보냈다는데, 그럼 무조건 재판 받나요? (0) | 2025.04.30 |
---|---|
스토킹 신고했는데도 계속 연락해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0) | 2025.04.29 |
술자리에서 싸움 났는데 둘 다 맞았으면 어떻게 처리될까? (0) | 2025.04.29 |
교통사고는 경미한데 병원은 오래 다녔어요. 과장진료로 의심받을 수 있나요? (0) | 2025.04.29 |
자전거 사고 시 보행자와 라이더의 법적 책임 분쟁 (1) | 2025.04.29 |
카셰어링(쏘카 등) 이용 중 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 책임은? (0) | 2025.04.29 |
드론 비행 중 사고 발생 시 민사·형사 책임은 어떻게 될까? (1) | 2025.04.29 |
캠핑장에서 발생한 사고, 배상 책임은 누구에게? (0) | 2025.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