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냉난방 안 틀어주는 건 불법일까?

한겨울에도 냉방, 여름에 냉방 꺼지는 상가… 법적 문제 아닐까?

“여름인데 냉방이 아예 안 되고 있어요.”
“관리실에서는 전기 아낀다고 27도까지만 조절된대요.”
“겨울에 히터가 거의 안 나와서 손님도 금방 나가요.”
상가에서 장사하거나 사무실을 운영 중인 임차인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민원 중 하나가 냉난방 문제다.

보통 상가는 대형 건물의 일부 층을 임대하는 구조다 보니, 냉난방이 중앙 시스템으로 통제되며
개별 상가에서 자유롭게 온도 조절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임대인 또는 건물 관리주체가 냉난방 시스템 가동 여부를 결정하는데,
문제는 관리비를 아끼기 위해 아예 냉난방을 꺼두는 상황이 꽤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임차인은 법적으로 어떤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정말로 임대인이 냉방기·난방기 가동을 거부해도 되는 걸까?

상가 냉난방 안 틀어주는 건 불법일까?

 

상가 냉난방 미제공, 법적으로 문제될 수 있는 이유

결론부터 말하자면, 임대인이 임차 공간의 냉난방 제공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다면 불법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의 법률 조항들에서 찾을 수 있다.

 

민법 제623조(임대차)

“임대인은 목적물을 계약 기간 동안 사용·수익에 적합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가 있다.”

 

상가 임대차 계약에서 냉난방은 건물의 기본 설비로,
상가를 ‘사용·수익’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즉, 냉난방이 아예 꺼져 있거나 임의적으로 차단되어 사용이 불가능하다면
임차인이 계약의 본질적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민법 제623조 위반 → 채무불이행 책임
정당한 이유 없이 냉난방을 제공하지 않으면,
임대인은 민법상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민법 제580조(임차물의 하자)

“임차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임대인은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냉난방 미제공이 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쟁점이 될 수 있지만,
최근 판례에서는 사용 목적상 필수적인 설비의 미작동은 '하자'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즉, 냉방기를 설치해놓고도 전원공급을 차단했다거나,
난방 시스템이 있음에도 열을 공급하지 않은 경우는
사실상 제공 거부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장사에 직접적인 지장을 받았다면 실질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주의할 점: 계약서 특약 확인

다만, 임대차계약서에 특약으로 냉난방 제공의 범위, 시간, 주체 등을 명시한 경우는 해당 조항이 우선 적용된다.
예: “관리비 납부 범위에 냉난방비는 포함되지 않음”, “냉난방 운영 시간은 관리규약에 따름” 등

이런 경우 일방적인 ‘운영 거부’는 제한되지만,
특약에 따라 냉난방이 제공되지 않을 수 있음을 동의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므로,
임대차계약서의 내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실제 분쟁 사례와 판례에서 본 판단 기준

사례 ① – 냉방 미가동으로 매출 급감, 손해배상 인정
상가 2층에 입점한 제과점이 여름 내내 냉방이 전혀 되지 않아 손님이 급감했고,
임대인에게 수차례 항의했지만 “건물 전체 시스템 문제”라는 이유로 방치되었음.

→ 법원은 “임대인은 상가가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도록 설비를 유지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
실제 매출 감소를 근거로 월세 일부 반환 + 위자료 총 380만 원 지급 판결.
(서울중앙지법 2017가단512489)

 

사례 ② – 난방 약화되자 전기히터 사용 유도, 면책 아님
동절기에 난방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옷가게에서 항의하자,
임대인이 “전기히터 놓고 버텨라”고 응대하며 추가 전열기 비용을 임차인이 부담하게 했음.

→ 법원은 “전기히터 제공은 본래 설비의 대체가 아니며,
오히려 관리 책임 회피로 손해를 키웠다”고 보고, 임대인의 귀책사유 인정
(수원지법 2019가단38514)

 

사례 ③ – 임대인이 스스로 냉방 끈 뒤 사용료 요구
3개월 간 냉방이 중단된 상가에서, 임대인이 에어컨 사용 전력량을 근거로 관리비 정산을 요구한 사건

→ 법원은 “실제 냉방이 가동되지 않았고, 임차인이 해당 기간 내내 항의한 점”을 들어
관리비 일부 반환 명령을 내렸다.
(부산지법 2020가소18490)

 

이처럼 법원은 냉난방이 '시설 존재'보다 '실제 제공 여부'에 초점을 두고
그에 따라 임대인의 책임 유무를 판단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임차인이 실제로 할 수 있는 대응 방법 

냉난방 미제공으로 인해 실제 불이익을 겪고 있는 임차인이라면,
단순히 불만을 토로하는 수준에서 멈추기보다는
법적·행정적 대응을 단계별로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실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응 절차다.

 

① 증거 확보는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법적인 문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냉난방이 ‘실제로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그로 인해 임차인이 구체적 불이익을 입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 온도계로 실내외 온도 차이를 측정한 사진
  • 하루 단위로 실내 온도를 기록한 캘린더
  • 영업일지 형태의 ‘손님 불만·이탈’ 기록
  • 관리사무소에 문의한 통화 내역, 문자, 카카오톡
  • 입주민 또는 인근 상인의 진술서 (있다면 매우 강력한 증거)

② 계약서 및 관리비 명세표 확인

냉난방이 ‘기본 제공 항목’인지, 또는 별도 항목인지 계약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의 상가임대차 계약서에는 설비 항목, 운영 방식, 책임 주체에 대해 특약으로 조항이 들어간다.

  • “전기 사용은 입주민 개별 부담”이라는 조항만 있다면,
    냉난방이 개인 제어가 가능한 경우일 수 있다.
  • “공용 냉난방 운영은 관리주체의 판단에 따른다”라는 문구가 있다면,
    분쟁 시 관리주체가 정한 운영기준이 합리적인지를 따져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시간대별 온도 변화, 그리고 임대인에게 항의한 흔적이다.
이 두 가지는 손해배상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핵심이 된다.

 

③ 내용증명 발송으로 법적 대응 예고

임대인에게 전화나 문자로만 항의하는 경우,
법적 절차에서는 공식적인 의사표시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반드시 내용증명 형식으로 정식 통보해야 한다.

작성 시 포함할 항목:

  • 냉난방 미제공 일시, 방식, 횟수
  • 그로 인해 발생한 불편 및 손해
  • 계약상 임대인의 유지관리 의무 및 설비 제공 범위
  • 개선 요구 및 손해배상 요구
  • 기한 내 미이행 시 법적 조치 예정

이 내용증명은 민사소송, 조정 신청, 공정위 분쟁조정 등에 사용 가능한 공식 문서다.

 

④ 실제로 청구할 수 있는 민사상 권리

① 손해배상청구

  • 냉난방 미제공으로 인한 영업 손해, 매출 감소,
    고객 이탈, 임차인의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 민법 제390조 및 제750조에 따라 청구 가능

② 월세 감액청구

  • 제공되어야 할 기본 시설이 장기간 미작동된 경우,
    계약상 임대료 수준이 부당하므로 월세 감액 또는 일부 반환 청구 가능

③ 계약 해지 및 보증금 반환

  • 상가의 ‘주된 사용 목적’을 침해할 정도로 설비 미제공이 지속될 경우,
    계약 해지 및 보증금 반환 청구가 정당화될 수 있음

⑤ 지방자치단체 분쟁조정센터 활용 가능

최근에는 많은 지자체에 ‘상가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또는
‘소상공인 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변호사, 감정평가사, 중재인이 참여해
임대차 관련 분쟁을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조정해준다.

  • 서울시: ‘서울시 상가임대차상담센터’
  • 경기도: ‘경기 분쟁조정센터’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분쟁조정 서비스

민사소송 전에 비용 부담 없이 중재를 시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절차다.

 

냉난방 제공 문제는 단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상가의 정상적 이용 가능성과 직결되는 중대한 계약상 권리이다.
감정적으로 항의하는 것보다는
증거 → 계약서 분석 → 공식 통보 → 제도적 절차라는 흐름으로 대응하는 것이
법적 효력과 현실적 해결 가능성 모두를 높이는 길이다.

 

냉난방 제공, 상가 임대차에서 단순 옵션이 아니다

상가 냉난방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다.
상가란 공간을 ‘정상적·경제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필수적인 기본권이다.
그렇기 때문에 냉난방 제공 여부는
임차인의 영업권, 생존권, 재산권과 직결된 사안으로 해석된다.

 

법원은 임대인의 책임을 판단할 때,


❶ 냉난방 설비가 단순히 설치되어 있느냐보다
❷ 실제로 ‘사용 가능했는가’, ‘적절히 가동되었는가’를 중요하게 본다.

 

만약 임대인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냉난방을 일방적으로 제한하거나,
장기 미가동 상태를 방치한다면,
이는 채무불이행 또는 하자담보 책임이 성립될 수 있으며,
임차인은 법적으로 월세 감액, 손해배상, 계약 해지까지 요구할 수 있다.


법령 및 판례 요약 

구분내용
적용 법령 민법 제623조 – 임대인의 유지관리 의무
민법 제580조 – 임차물의 하자
민법 제390조 –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주요 판례 서울중앙지법 2017가단512489 – 냉방 미제공, 손해배상 380만 원 인정
수원지법 2019가단38514 – 난방 부족, 대체 전열기 제공 면책 안됨
부산지법 2020가소18490 – 가동되지 않은 설비에 대한 관리비 청구 부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