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의 디지털 흔적은 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까요?
유명인, 특히 연예인, 작가, 유튜버, 정치인처럼 공적 활동이 많은 사람들은 생전에 남긴 디지털 기록이 방대하다. SNS, 블로그, 유튜브, 이메일, 팬 카페, 온라인 갤러리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을 해온 이들의 디지털 흔적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수익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지닌 유산이 된다. 문제는, 이러한 흔적이 사망 이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귀속될지를 두고 유족이나 소속사 간의 법적 분쟁이 잇따른다는 점이다. 디지털 유산은 물리적 자산과 달리 상속 대상 여부가 명확하지 않고, 계정 접근 권한 자체가 본인 외에는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쟁 발생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유명인의 디지털 콘텐츠는 팬들과의 상호작용, 사회적 평가, 브랜드 이미지 등과 얽혀 있어 단순히 개인의 기록이 아닌 ‘사회적 자산’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 이로 인해 디지털 유산을 삭제하거나 상업적으로 활용할지를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며 갈등이 커지기도 한다.
사례 1: 연예인의 인스타그램 계정, 삭제냐 보존이냐
국내의 한 유명 배우 A씨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후, 그가 생전 운영하던 인스타그램 계정의 처리 방식을 두고 가족과 소속사 간에 갈등이 있었다. 가족 측은 고인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계정 삭제를 원했지만, 소속사는 팬들과의 추억을 보존한다는 명목으로 계정 유지 또는 기념 계정 전환을 주장했다. 결국 이 계정은 플랫폼 측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접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 상태로 남아 버려졌고, 수년간 댓글창에는 스팸, 무단 홍보, 비속어 등 고인을 모욕하는 글들이 방치되었다. 이 사건은 디지털 유산의 관리 책임자가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고인의 흔적이 무법지대처럼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팬들이 고인을 추억하던 공간이 어느새 명예를 훼손하는 창구가 된 상황은, 디지털 기록에 대한 법적 보호 체계가 아직 미비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사례 2: 유명 유튜버의 채널 수익 정산 분쟁
한 유명 유튜버 B씨는 생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월 수천만 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고, 사망 이후 해당 채널의 수익을 놓고 형제자매 간의 다툼이 벌어졌다. 고인이 남긴 채널은 구독자 50만 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고, 영상 하나하나가 광고 수익은 물론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었지만, 비활성화 관리자 설정이 되어 있지 않아 구글 계정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했다. 유족 중 한 명이 구글에 사망자 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 수익 일부를 지급받긴 했지만, 채널 자체는 더 이상 접근할 수 없었고 이후 자동 삭제되었다. 이 과정에서 다른 가족은 수익 분배 비율이나 콘텐츠 소유권을 문제 삼아 법적 소송을 제기했고, 최종적으로 영상의 저작권 귀속 여부가 다툼의 핵심이 되었다. 이 사례는 디지털 유산 중 특히 수익성이 있는 콘텐츠 자산이 어떻게 상속되고 분배되어야 하는지를 둘러싼 법적 공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한 유족 간의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생전의 계약서, 유언장, 디지털 유서 등 명확한 자료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사례 3: 작가의 이메일과 클라우드, 유고 출판 문제
국내에서 활동하던 소설가 C씨는 자필 원고보다도 클라우드 기반 메모 앱과 이메일을 중심으로 창작 작업을 진행해왔다. 사망 이후 유족이 고인의 출간되지 않은 원고를 정리해 유고집을 출간하고자 했으나, 이메일 계정과 클라우드에 접근할 수 없어 난항을 겪었다. C씨는 생전 비밀번호를 남기지 않았고, 클라우드 계정에 로그인할 수 없어 원고를 확보하는 데에만 2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 과정에서 출판사가 별도로 클라우드 복원 서비스를 통해 접근을 시도하면서 유족과의 저작권 분쟁이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일부 원고는 출간되지 못했다. 이 사건은 디지털 유산이 창작 콘텐츠일 경우 단순한 계정 문제가 아닌 저작인격권, 유고의 존중, 창작 의도 보존 등 복합적인 윤리적 문제까지 발생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명인 디지털 유산 분쟁의 핵심 쟁점은?
위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디지털 유산 분쟁의 중심에는 세 가지 쟁점이 있다.
첫째, 계정의 소유와 접근권이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사망 이후 계정을 타인에게 양도하지 않기 때문에, 사망자가 생전 남긴 설정이나 법적 문서가 없을 경우 유족이 계정에 접근하지 못하게 된다. 계정이 남아 있는 상태로 방치되면, 외부 공격에 노출되거나 고인의 명예가 훼손될 우려도 커진다.
둘째, 저작권 귀속 문제다. 콘텐츠의 저작권이 누구에게 상속되었는지, 또는 고인의 창작 의도와 상업적 활용 간의 충돌이 있을 때 윤리적 논란이 발생한다. 저작권은 법적으로 상속 가능한 자산이지만, 이를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법적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게 된다.
셋째, 기억과 삭제 사이의 가치 충돌이다. 고인을 기리는 공간을 남겨야 하는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지워야 하는지를 두고 유족과 팬, 소속사 사이의 의견이 엇갈린다. 감정적 거리나 고인과의 관계에 따라 이 판단은 달라지기 때문에, ‘무엇이 고인을 위한 길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석도 분열되기 쉽다.
최근에는 일부 유명인의 SNS 계정을 팬들의 추모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유족이 이를 상업적 악용으로 우려해 삭제를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런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생전의 명확한 의사 표현뿐 아니라, 법적 기준 마련과 플랫폼의 대응 체계 정비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생전의 작은 선택이 분쟁을 막는다
디지털 유산 분쟁의 상당수는 생전에 고인이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지 않아 발생한다. 유언장이나 디지털 유서, 계정 비활성화 설정, 저작권 귀속 계약서 등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었다면, 분쟁의 상당 부분은 사전에 예방 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유명인의 경우, 콘텐츠와 자산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생전 정리 없이는 유족에게 너무 큰 부담이 남는다. 콘텐츠 자체는 법적으로 보호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방향은 결국 생전에 남긴 결정문서에 달려 있다. 또한 생전 정리는 단지 법적 문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족과의 소통, 소속사와의 사전 협의, 플랫폼별 사후 관리 기능 활용 등 생활 속 실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튜버라면 계정 설정을 통해 백업 및 대리인 지정 절차를 미리 구성해둘 수 있고, 작가나 아티스트는 저작권 이전 동의서나 유고 관리 방식을 계약서로 남겨둘 수 있다. 이러한 준비는 단지 분쟁 방지를 위한 수단을 넘어서, 남겨질 콘텐츠가 고인의 의도대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유언의 완성 과정이다. 고인의 이야기를 고인답게 남기는 방법은, 바로 그가 생전에 선택해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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