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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정보

아이 돌잔치 사진을 스튜디오가 실수로 다 날렸어요. 배상받을 수 있을까요?

by 심미안simmian 2025. 5. 8.

아이 돌잔치 사진을 스튜디오가 실수로 다 날렸어요. 배상받을 수 있을까요?

아이의 첫 번째 생일인 돌잔치는 많은 부모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오랜 시간 준비한 행사이자 가족의 기념일이기에,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고 싶어 전문 스튜디오에 촬영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만약 해당 스튜디오 측의 실수로 사진 데이터가 전부 손실되었다면, 법적으로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단순한 실수이기 때문에 배상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말도 있고, 반대로 ‘대체불가능한 손해’라며 큰 금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감정적인 분노나 실망을 넘어서, 실제로 법적 책임이 어디까지 인정되는지를 민법과 판례를 기준으로 명확히 따져보자.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

아이 돌잔치 사진 촬영을 스튜디오에 맡기면서 구두 또는 서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는 민법상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에 해당한다. 도급계약은 민법 제664조 이하에 따라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위임계약은 제680조 이하에서 ‘사무를 처리하는 행위’를 위임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사진 촬영은 일정한 결과물(사진, 영상 등)의 제공이 본질이므로, 대부분은 도급계약의 성격으로 해석된다. 스튜디오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정해진 일시에 촬영을 진행하고, 이후 편집을 포함한 결과물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때 결과물이 전혀 인도되지 않거나, 스튜디오 측의 잘못으로 데이터가 삭제되었다면 이는 명백한 채무불이행이다.

민법 제390조는 “채무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때에는 채무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귀책사유’란 고의뿐만 아니라 과실까지 포함되며, 실수라고 주장하더라도 법적으로는 면책사유가 되지 않는다. 스튜디오가 데이터 백업을 소홀히 했거나, 저장 장비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는 계약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특히 촬영과 편집, 납품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업으로 삼는 사업자라면, 일반 소비자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주의의무가 요구된다.

실제로 판례에서도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15가단112233 판결에서는, 돌잔치 촬영 후 사진이 저장되지 않아 고객이 아무 결과물도 받지 못한 사건에서 법원은 “스튜디오 측은 서비스 계약에 따른 이행의무를 다하지 못하였고, 이는 채무불이행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촬영 비용 전액 환불 외에 정신적 위자료도 일부 인정된 바 있다.

이와 같이 스튜디오의 과실로 인해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에는, 촬영비 전액 환불은 물론 추가적인 손해까지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존재한다. 특히 돌잔치라는 일회성 행사는 다시 촬영할 수 없고, 사진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기억과 정서적 가치가 결합된 결과물로서 평가되므로, 손해의 무게는 단순한 금전적 가치를 넘을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배상 범위는 계약 내용, 과실의 정도, 대응 방식, 손해의 실질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된다.

 

금전적 손해 외 정신적 손해도 배상받을 수 있을까?

이 사안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사진’이라는 무형의 결과물이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감정적 가치를 담은 기록이라는 점이다. 민법 제751조는 불법행위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입은 자에 대해 "법원은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진 촬영 자체는 계약상 채무불이행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병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사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단123456 판결에서는 결혼식 촬영 자료를 사진관 측의 과실로 날린 경우, 원고에게 촬영비용 환불 외에 위자료 100만 원을 별도로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처럼 단순한 금전 환불을 넘어서 ‘다시는 복구할 수 없는 인생의 순간’이라는 점에서 정신적 손해를 인정받는 흐름이 판례로도 확립되고 있다. 다만 위자료 액수는 통상 수십만 원~수백만 원대 선에서 인정되며, 부모의 정서적 고통이 인정되더라도 과도한 금액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계약서에 있는 면책 조항은 효력이 있을까?

일부 스튜디오는 계약서에 "천재지변 또는 기술적 오류로 인해 데이터가 유실될 경우 책임지지 않는다"는 문구를 삽입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면책 조항이 실제 법적으로 유효할까?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390조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도 면책조항으로 완전히 면제하기는 어렵다.

판례 역시 일방의 과실에 대해 전면적인 면책은 허용하지 않는 추세다. 예컨대 고객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스튜디오가, 기본적인 백업조차 하지 않고 데이터를 날린 경우에는 ‘면책조항이 있더라도 제한적으로만 인정된다’는 입장이 다수다. 따라서 계약서에 면책 조항이 있더라도, 실제 과실 여부, 조치 의무 이행 여부, 고객에게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했는지 등에 따라 책임 범위는 여전히 남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데이터 복구 시도와 결과 여부도 고려된다

사진이나 영상 데이터가 유실되었더라도, 복구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복구를 통해 일부 또는 전부의 손해가 경감될 수 있다. 특히 촬영 직후 삭제가 된 경우, 전문 복구 업체를 통한 복구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로 법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손해만 주장하는 경우에는 배상 범위를 제한하기도 한다.

따라서 고객 입장에서도 단순히 배상을 요구하기 전에 복구 가능성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스튜디오 측에 복구 시도 요청을 정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스튜디오 측이 복구를 거부하거나, 오히려 삭제 사실을 숨기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면, 이는 고의적 은폐로 해석되어 손해배상액 산정 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스튜디오 측이 성실히 대응하고 복구에 최선을 다했다면, 일부 책임이 감경될 여지도 있다.

 

배상 절차는 어떻게 진행하면 될까?

우선 첫 단계는 손해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사진을 전혀 제공받지 못했거나, 촬영 약속과 다르게 불완전한 결과물을 받았다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계약서, 메시지, 이메일 기록 등을 확보해야 한다. 이후 스튜디오 측에 정식 내용증명을 통해 손해배상 의사를 밝히고 협상을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 단계에서 일정 수준의 환불과 위자료가 합의되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민사소송을 고려해야 한다.

소액사건심판제도를 통해 3천만 원 이하의 청구는 간편한 절차로 가능하며, 조정 제도나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한 분쟁 해결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사진의 중요성, 아이 돌잔치라는 일회성 행사라는 특수성이 강조되면, 배상 근거가 더 분명해질 수 있다. 다만, 청구액이 클수록 입증자료와 법적 논리가 더 엄격히 요구되므로, 법률 전문가와 상담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사진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기억의 증거다

아이의 돌잔치는 다시 오지 않는 생애 한 번의 순간이다. 이를 기록한 사진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단순한 서비스 실패가 아니라, 가족에게는 큰 심리적 상실로 다가올 수 있다. 법은 이러한 정서를 일부 반영해 손해배상을 인정하지만, 동시에 객관적 증명과 법리적 기준도 함께 요구한다. 스튜디오 측의 명백한 과실이 있었다면 촬영비 환불은 물론, 일정 수준의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으며, 계약서에 면책 조항이 있어도 자동적으로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감정적 대응보다는, 사실관계에 기반한 차분한 대응이다. 먼저 복구 가능성을 점검하고, 정식 요청과 협상 절차를 거치는 것이 우선이며, 필요시 법적 절차도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 보호는 권리이자 책임이다. 그리고 스튜디오 입장에서도 단순한 데이터가 아닌 ‘기억을 다루는 업’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